'5년 뒤 내 얘기?'..면세大戰 승자나 패자나 '불안·초조'

민재용 기자I 2015.11.18 06:00:02

수천억 투자한 롯데·SK 입찰 실패에 업계 `패닉`
면세 산업 키우는 데 5년은 너무짧아
면세산업 돈 된다는 인식이 규제 강화 부추겨
관세법 개정 필요하다 목소리 커져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지로 선정된 신세계 본점과 두산타워 빌딩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보통 면세점을 여는데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고 이를 회수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려요. 현행 5년 주기 입찰 경쟁은 말이 안 됩니다. 5년 마다 사업자가 바뀐다고 하니 이전에도 유치하기가 힘들었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더욱 입점을 꺼려요. 이래서야 어느 기업이 면세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하루 아침에 일터가 공중분해된 직원들의 상실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안 좋다고 했다.

반대쪽에선 마음이 바쁘다. 6개월 안에 면세점이 들어설 공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인력을 구성해 브랜드 협상에 상품 소싱까지 마치려니 승리에 기뻐할 여유가 없다.

‘패자의 눈물’ ‘승자의 불안’···.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이 두산과 신세계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경쟁에서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지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앞서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들도 이제 12월이면 매장을 열어야 하는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입찰 주기 너무 짧아..관세법 개정 움직임 꿈틀

현행 관세법에 따르면 내년과 내후년에도 올해와 같은 기업들의 면세점 전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약 5개월 뒤인 내년 4월에는 김포공항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고, 2017년 12월에는 롯데 삼성동 코엑스점의 특허가 또 시장에 나온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5년 경쟁 입찰제도를 도입한 이래 해마다 평균 두 번의 기업들 간 면세점 쟁탈전이 벌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세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5년 마다 면세 특허의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현행 제도가 바람직 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5년마다 면세 특허 재승인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적어도 10년은 보장을 해줘야 기업들이 면세 사업을 성장 시켜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도 이러한 지적을 고려해 현재 면세점 영업권에 대한 관세법 규정을 바꾸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연말께 개정안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인데 전반적으로 시내 면세점을 늘리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특혜나 독과점 시비를 우려해 정부가 아직 주기적인 면허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현행 5년주기 경쟁 입찰 방식이 크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정부가 현행 0.05%인 특허 수수료를 대폭 인상 등 면세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면세 사업권을 반납하게 된 롯데 월드타워점 면세점
◇면세 산업에 대한 환상 버려라

정부가 5년 경쟁 입찰제도를 도입하고 면 등 규제 강화 일변도 정책을 펴는 것은 ‘면세 산업은 무조건 돈을 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면세 사업자 중 돈을 버는 기업은 롯데와 신라 등 일부 기업에 불과하다.

롯데와 신라가 면세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도 서울 시내 면세점에 국한된다. 인천공항 등 공항 면세점은 비싼 임대료로 인해 해마다 적자를 보기 일쑤고 그나마 시내 면세점에서 이를 만회해 4~5%대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아직 서울에 면세점이 없는 신세계가 지난해 면세 사업에서 159억원의 적자를 낸것도 면세 사업이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 때문에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정부가 면허 심사를 강화하고 사업권 심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롯데와 신라가 서울 시내 면세점을 양분하던 과점 체제시장에서나 유효한 얘기로 한화(000880)갤러리아나 현대산업(012630)개발 두산(000150) 등 여러 기업이 면세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예전같은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면세 시장이 한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나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 최근 급성장 한 것을 감안하며 면세 시장의 성장이 지금같은 상승곡선을 계속 그릴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서 교수는 “경실련 같은 곳에서 수수료를 5%로 올리겠다거나 면세점 입찰을 완전 경매제로 바꾸겠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면세점의 특수성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면세 사업은 우리나라 관광산업과 연결된 문제임으로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지난 1992년부터 이어온 유일한 면세 매장 워커힐 면세점.




▶ 관련기사 ◀
☞[등기이사 연봉]한화, 심경섭 전 대표에 16억6300만원 지급
☞한화, 3분기 영업익 1023억원…전년比 66% 감소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