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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 동안 친박계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퇴 표명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언급에 충분히 동감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여권이 표방하는 가치와 이념보다 그의 개인적 신념이 앞세워졌기에 일어난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여당이 청와대의 노선을 반드시 추종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일부러 역주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국민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 스스로 ‘배반의 정치’라는 비난을 자초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여당 내부의 갈등이 표면으로 완전히 떠올랐다는 점이다. 친박·비박 간의 대립이 그것이다. 혹시 이번에 당이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불러일으켰을 정도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말로만 끝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 간의 대화 채널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여권에서 내홍이 벌어지는 동안 처리해야 하는 과제들이 자꾸 밀린 채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메르스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사태까지 터져버렸다.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것도 시기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집안싸움에서 벗어나 정치권을 쳐다보는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