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新부동산계급] 종부세 내는 상위 1% 강변에 살어리랏다

정수영 기자I 2014.10.07 06:30:00

서울시 아파트 富의 지도…당신은 어느區에 살고 있습니까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20014년 10월 어느날 늦은 밤.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운전기사가 모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귀가 중이다. 아파트 현관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경비업체 직원들이 철통보안 장치를 잠시 풀고 A씨를 안으로 들여보낸다.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돼 있는 297㎡짜리 아파트에 사는 A씨의 집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다.

같은 시각. A씨의 차량이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갈 무렵 빈 박스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는 70대의 할머니 뒷모습이 보인다. 이 고급아파트를 돌아 할머니가 도착한 곳은 쓰러져 가는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할머니는 한 평(3.3㎡) 남짓한 자신만의 보금자리에 몸을 누인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의 현주소다.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은 1㎞ 남짓한 거리를 두고 인접해 있지만 보유한 부동산에 따라 계급이 달라지고, 신분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이곳은 2000년대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었던 대표적인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지금은 그 자리를 청담동 마크힐스와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그리고 서초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타워팰리스는 최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통한다.

강남권에 위치한 이 아파트들은 상위 1%만 낸다는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이기도 하다. 종부세는 공시가 9억원을 초과(1가구 2주택은 6억원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야 내는 일종의 부유세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사실 이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타워팰리스를 가장 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바로 인접한 구룡마을이다. 개발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사업이 본격화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곳이야말로 타워팰리스를 바라보며, ‘언젠간 저 곳을 뛰어넘으리라…’ 굳게 다짐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만들어진 욕망의 집결체일 수 있다. 부동산을 통한 계층, 아닌 계급이동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과 계급의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체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로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높은 교육열과 소득, 부동산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보유한 부동산은 부모의 경제력뿐 아니라 자녀의 학력까지 좌우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최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경제논집’에 따르면 올해 학생 100명당 서울대 합격자가 강남구에서는 2.1명인데 반해 강북구는 0.1명에 그쳤다. 강남구와 함께 이른바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구가 1.5명, 송파구가 0.8명으로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1~3위를 기록하고 있는 강남 3구에서 서울시 합격자가 순위대로 나왔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이 일종의 계급을 결정짓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가 신문 창간 2주년을 맞아 부동산114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아파트 가격대별 계급 분류에서도 상위 0.1%에 해당하는 가격 20억원대는 모두 강남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1%에 해당하는 12억원 이상 아파트도 강남3구에 약 79%가 몰려 있다.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조사한 가격대별 전셋값 분류 결과도 마찬가지다. 초고가인 보증금 12억원이 넘는 전셋집은 전국에 1%로, 모두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강남구에 3371가구, 서초구 2708가구, 송파구 9가구, 용산구 24가구로 각각 조사됐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들도 학군에 따라 집값 프리미엄(웃돈)이 붙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난히 교육열이 높다 보니 부동산 등 자산과 소득, 교육수준이 연결돼 계급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완화해 계층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