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용의 시장 돋보기]불황기, 소비재 투자가 답이다.

박형수 기자I 2012.07.10 07:00:00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 유로존 재정 위기의 전염에 따른 글로벌 경제 둔화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적 대응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말 유로 정상들이 유로존 은행 지원방안에 대해 합의한 데 이어, 중국인민은행은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대출금리를 0.31%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8일 3년6개월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불과 한 달만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종전 1.00%에서 0.75%로 내렸다. 이는 1998년 ECB 출범 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또 예금금리는 기존 0.25%에서 ‘제로금리’로 낮췄다. 영국 중앙은행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약 500억파운드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유럽과 중국의 발빠른 정책 대응은 그만큼 경제 둔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동안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미국 경제에도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지난 2일 발표한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49.7로 지난 달의 53.5에 비해 급락했다. 특히 신규 주문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산업 생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동시 다발적인 경기 부양책은 주식시장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만큼 아랫방향이 막혀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빨라지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움직임은 주가지수의 윗방향 또한 막고 있다. 위아래로 막혀 있는데다 방향성 없이 출렁이는 증시 상황에서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해 보이며, 핵심 소비재 기업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 소비재 기업들은 차별화 역량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지금 전세계는 소비 둔화와 함께 유례 없는 설비 과잉 문제를 안고 있다. 소비재 산업도 공급과잉은 마찬가지지만 소비재는 산업재보다는 제품 차별화가 보다 용이하다. 최근 우리나라 주요 소비재 기업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브랜드도 남다르다. 고가에서는 자동차, 중가에서는 휴대폰을 비롯한 디지털 단말기, 그리고 저가 및 초저가 소비재로는 화장품 및 콘텐츠 등이 있다. 이들은 외부 여건에도 자체 경쟁력과 차별화 역량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둘째, 경기가 부진함에도 핵심 소비재 기업 중에는 미래를 위해 적극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총투자(R&D 및 설비투자) 금액은 지난 2010년부터 일본 ‘빅(Big) 4’ 전자 기업의 투자규모를 넘어섰고, 올해는 2배가 넘을 전망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을 때 과감히 투자하면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어려운 시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의 현재 재무 여력과 체질이 탄탄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셋째, 핵심 소비재 기업은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적이 증가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대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혹독한 경쟁을 이겨낸 세계 1등 소비재 기업만이 불황기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대개 프렌차이즈 밸류가 높은 승자독식 기업이며, 따라서 높은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지는 한편, 주식시장은 위아래가 막혀있는 모습이다. 이럴 때에는 기대수익률을 다소 낮추고 기업의 실적과 실제적 가치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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