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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날은 가고...', 어느 日 아이돌 스타의 씁쓸한 몰락

김재범 기자I 2007.06.30 11:20:37
▲ 소속사로부터 강제 은퇴를 종용받은 당한 일본 가수 카하라 도모미




[이데일리 김재범기자]9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가수이자, 스타 프로듀서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여자 스타가 소속사로부터 퇴출, 은퇴하는 처지가 됐다.

일본 스포츠닛폰, 산케이스포츠, 스포츠호치, 닛칸스포츠 등은 29일과 30일 일제히 가수 카하라 도모미(32, 華原朋美)가 소속사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 연예계에서 소속사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한다는 것은 사실상 강제 은퇴를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연예기획사의 영향력과 결속력이 강한 일본에서는 소속사가 퇴출한 연예인을 다른 회사에서 기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퇴출을 선언한 소속사가 구제해 주거나 타사로의 이적을 허용하지 않는 한 카하라 도모미의 연예 활동은 이제 끝났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 방송 펑크, 연락두절, 심야 거리 배회...잇단 기행에 소속사 최후통첩

카하라 도모미의 소속사가 그녀에게 '계약해지 통보'라는 극약 처방을 쓴 것은 '트러블 메이커'라는 언론의 수식어답게 통제 불가능한 그녀의 행보 때문.

대외적으로는 '그녀의 건강이 연예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연예계는 잇단 스케줄 펑크와 활동중단 선언을 반복한 카하라의 기행이 퇴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카하라 도모미는 최근에도 19일 잡혀있던 후지TV 버라이어티쇼의 리허설에 무단으로 불참한 데 이어 21일 예정된 닛폰TV 프로그램의 게스트 출연도 갑자기 취소했다. 또한 방송을 무단으로 펑크낸 상황에서 심야에 도쿄 번화가를 혼자 배회하는게 목격되는가 하면, 담당 매니저와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지난 해 말에는 뮤지컬 '걸 프렌즈' 출연을 급성 기관지염을 이유로 쉬기도 했고, 올 초에는 1월부터 4월까지 재충전을 위해 활동을 중단했다. 그 전에도 수면제와 감기약 과다 복용으로 인한 두 차례의 자살 미수 소동, 갑작스런 활동 중단과 해외 출국, 6살 연상인 바텐터와의 열애 돌발 발표 등으로 소속사를 여러 차례 난감하게 만들었다.

결국 소속사는 "현재로서는 더이상 예능 활동을 할 수가 없다"는 내용의 계약해지 통보를 28일 문서로 그녀에게 보내기에 이르렀다.

◇스타 프로듀서 고무로 데츠야 연인...결별 후 정서적 공황 극복 못해

하지만 연예인으로 거의 자멸에 가까운 행보를 거듭한 카하라에 대해 "그럴만 하다"는 동정의 시선도 적지 않다.

도쿄 출신인 카하라 도모미는 91년 고교 재학 시절 중에 모델로 데뷔했다. 그라비아 잡지 모델로 활동하다가 95년 스타 프로듀서 고무로 데츠야의 눈에 띠면서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다.

고무로 데츠야는 아무로 나미에, 글로브, TRF, 히토미, DOS, 스즈키 아미 등의 프로듀서를 맡아 많은 히트곡을 낸 J-POP계의 '미다스의 손'. 그녀는 고무로의 프로듀서로 '아임 프라우드'. '아이 빌리브' 등이 담긴 데뷔 앨범 '러브 브레이스'가 3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둘은 이후 연인으로 발전했고, 두 사람의 행보는 일본 가십 잡지들의 주요한 뉴스 아이템이 됐다.

그런데 90년대 말 연인 고무로 데츠야와의 깨지면서 그녀는 심각한 정서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급기야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 미수 사건이 터졌고 이후 은퇴,복귀, 활동중단, 약물소동, 다시 활동 재개 등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고무로 데츠야는 카하라 도모미와 결별한 이후에도 결혼과 이혼, 재혼을 반복하며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도모창'이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리던 카하라 도모미는 실연에 대한 아픔과 인기 하락의 스트레스가 주는 압박을 견디질 못했다.
 
카하라는 2004년에는 모던 록 밴드 '러브홀릭'의 리더 강현민이 작곡한 '그대만 있으면'을 '아나타가 이레바'(あなたがいれば)란 제목으로 리메이크해 국내 음악팬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카하라가 부른 '아나타가 이레바'는 드라마 '도쿄만경'의 삽입곡으로 들어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그 해 '일본 레코드 어워드'(Japan Record Awards)에서 작곡가 부분 금상(Gold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때 아무로 나미에를 능가하는 유명세를 누리며 만인의 사랑을 받던 카하라 도모미의 씁쓸한 몰락은 스타와 인기의 함수 관계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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