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전 세계 11억명의 신자를 둔 가톨릭은 현재 내부적으로 거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보수 노선에 대한 변화 요구 목소리가 높고, 사제 숫자의 감소, 바티칸으로의 권력 집중화에 대한 비판, 타 종교와의 화해와 경쟁, 유럽의 ‘탈(脫)기독교 문명’ 추세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생긴, ‘분열’된 양상의 세계 가톨릭계를 통합하는 게 새 교황의 시급한 과제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보수성=요한 바오로 2세는 전 세계에 보내는 회칙(回勅)에서 이혼이나 낙태, 피임기구의 사용, 동성애 결혼을 모두 부정했다. 하지만 이는 가톨릭 신자와 비(非)신자 모두에 의해 무시됐다. 유럽내 주요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직 26년 동안에 피임기구 사용과 낙태, 이혼을 합법화했다. 현재의 사회당 정부는 동성애 결혼, 동성애 부부의 입양, 신속한 이혼절차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바티칸은 또 AIDS가 창궐하는 아프리카의 남성AIDS 환자들에게 “콘돔을 사용하지 말고, 금욕 생활을 하라”고 권유했었다. 이에 아프리카 신자들은 비현실적이라며 비판해왔다. 또 바티칸은 여성 사제의 서품 불허(不許), 사제의 독신주의에 대해 매우 강경했다. 하지만 2003년 영국에서 사제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40% 미만의 사제만이 바티칸의 입장에 동조했다.
◆유럽 가톨릭의 쇠락=가톨릭의 위기를 진단하는 사람들은 가톨릭이 현대사회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아, ‘탈(脫)기독교 문명’ 추세를 부채질했다고 주장한다. 스페인에서는 4년 전 28%에 달했던 젊은층의 가톨릭 신자 비율이 현재 14%로 줄었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지방의 성당 참석률은 1960년대의 절반이다. 웨스트민스터 대주교인 코막 머피-오코너 추기경은 “영국에서 기독교는 거의 사라졌다”고 탄식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고령화는 심각하나, 사제 지원자는 절대 부족하다.
◆바티칸의 권력 집중=가톨릭 진보 진영은 그동안 ‘바티칸이 전 세계의 서로 다른 문제에 똑같은 원칙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각 지역 주교들의 권한 강화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바티칸은 견고하고 중앙집권적인 관료들이 주축이 돼 변화를 막고 분권(分權)을 허용치 않았다.
바티칸의 전통주의자들은 정신적·도덕적 가치가 공격받는 시기에 교회의 가르침을 확고히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많은 주교와 추기경들은 이제 바티칸이 덜 권위적이어야 한다고 맞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