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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협상 걷어찬 캐나다 총리…"국민 설득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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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8.23 0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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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 "공격받으면 전쟁 상태고, 우린 공격받은 것"
협상 테이블 떠난 첫 주요국 정상…세계가 결과 주시
"더는 양보 말라" 56%…주류·여행 보이콧으로 맞불
수출 중소기업 40% 직접 타격…고통 감내가 변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국민 설득’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카니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협상을 전격 중단한 것과 관련, B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관세 전쟁에 들어섰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수십 년간 자유무역을 누려온 두 이웃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였으며, 특히 카니 총리는 관세 전쟁이 불러올 고통을 국민이 감내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AFP)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AFP)
카니 총리는 전날 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하고 보복관세로 맞서기로 했다. 합의가 손에 잡히는 듯했던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서 협상 테이블을 떠난 첫 주요국 정상으로 남게 됐다.

카니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이번 조치가 캐나다에 최선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막판에 조건을 바꾼 것을 두고는 “힘의 과시”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무역 전쟁 상태냐는 질문에는 “공격을 받으면 전쟁 상태에 있는 것이고, 우리는 공격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프랑스어로 “이번 사태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캐나다는 강하고, 준비돼 있으며, 하나로 뭉쳐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론은 카니 총리 편에 가깝다. 여론조사업체 아바쿠스데이터 조사에서 캐나다인의 36%가 미국 관세에 보복해야 한다고 답했고, 레제 조사에서는 56%가 연방정부가 강경 노선을 유지하며 더는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실제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미국 여행을 피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이 지난해 잃은 관광 수입은 33억캐나다달러(약 3조 3272억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주(州)가 미국산 주류를 매장에서 뺀 조치도 위력을 발휘했다. 미국 정부 무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캐나다 와인 수출은 1년 전보다 78% 급감해 3억 5700만달러(약 4955억원)가 줄었다. 미국 증류주협회도 각 주의 판매 금지로 미국산 증류주 수출이 70% 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불쾌해한 대목이기도 하다.

캐나다 정치권도 결집했다.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총리는 “우리가 진행 중인 국가적 과업”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고,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우리가 시작한 싸움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피에르 폴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마저 “캐나다는 우리 산업을 무너뜨릴 일방적 관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상 중단 결정을 지지했다.

문제는 고통이 양쪽 모두에 닥친다는 점이다. 캐나다는 수출의 약 70%를 미국에 보낸다. 반대로 미시간과 켄터키, 인디애나, 오하이오 등 여러 주에 캐나다는 최대 교역 상대다. 댄 켈리 캐나다독립기업연맹 회장은 “수출 중소기업의 40%가 이번 관세에 직접 타격을 받고, 그중 3분의 1가량은 매출이 절반 이상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안에서도 온도차가 있다. 카니 총리는 그동안 무역 분쟁의 타격을 덜 받은 주들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는 이날 각 주 총리들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현재까지는 단일 대오가 유지되고 있다.

협상은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뒤늦게 내민 조건이 “불공정하고 비경제적이며 어떤 합의든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문 요구와 제3국과의 무역협정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특히 문제였다. 그는 미 행정부를 두고 “때로는 그들의 서명이 연필로 쓰여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측 설명은 다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오고 기존 약속을 뒤집었다고 반박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합의안에 불만을 품었다는 캐나다 언론 보도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러트닉 장관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BBC는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등 남은 협상에도 부담을 남겼다”며 “캐나다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하는 처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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