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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두 개의 흐름이 맞부딪힌다. 한쪽에는 원색의 물감이 폭발하듯 터지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제스처 회화’가, 다른 한쪽에는 먹선처럼 절제된 선과 리듬이 강조된 모노톤 연작이 자리한다. 이 대비는 단순한 형식적 차이를 넘어, 색과 선·속도와 정지·밀도와 여백 사이의 긴장 관계를 극대화한다.
푸지는 붓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한 번에 그어낸 선은 수정이나 덧칠 없이 화면에 고정되고, 그 궤적 자체가 에너지의 흐름이 된다. 관람자는 완성된 이미지를 보는 동시에, 그려지는 순간의 속도와 힘을 역으로 추적하게 된다.
작가의 출발점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공공 벽화였다. 1981년 영국 사회를 뒤흔든 브릭스턴(Brixton Riot) 폭동을 배경으로 한 공공 벽화 작업은 인종 갈등과 도시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주목받았다. 이후 1986년 뉴욕 MoMA PS1의 초청으로 개인전을 열며 활동 무대를 뉴욕으로 옮겼다.
뉴욕에서 그는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구상에서 디지털, 다시 추상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거치며 ‘보이는 대상’이 아닌 ‘보이지 않는 구조’를 그리는 데 집중해왔다. 인터넷 기반 예술 플랫폼 ‘플렉서스(Plexus)’ 공동 설립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나는 핵심은 ‘생성되는 공간’이다. 화면 위의 선과 색은 고정된 형태를 만들기보다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듯한 가상의 원근을 형성한다. 이는 물리학적 에너지 개념과도 맞닿아 있으며, 시간과 움직임을 회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다.
퓨지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9년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 길이 21m에 달하는 대형 추상 벽화를 제작하며 국내 관객과도 만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9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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