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순 전 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 이데일리 노희준 오희나 기자] 프랜차이즈산업을 둘러싼 법적·입법적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피자헛의 회생절차 도화선으로 작용한 ‘차액가맹금(물류마진)’이 법원에서 부당이득 대상으로 지목된 데다 가맹점주 단체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돼서다. 전문가들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독소조항이 많은 데다 피자헛 등 일부 사례를 차액가맹금 전체 문제로 일반화할 수 없다며 법 만능주의 규제와 소송전이 지속될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파트너 관계가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피자헛이 쏘아 올린 차액가맹금 줄소송…“로열티 모델로 가야”
한국피자헛은 지난 9월 가맹점주 100여명이 제기한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210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피자헛 판결 이후 프랜차이즈업계에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슈퍼와 롯데프레시 가맹점주 108명은 롯데슈퍼와 롯데프레시를 운영 중인 롯데쇼핑을 상대로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고, 최근 bhc치킨 가맹점주 330명도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푸라닭과 배스킨라빈스, 교촌치킨, 이디야커피 등 다른 가맹점주들도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재료, 포장지 등 물품에 붙이는 유통마진이다. 예컨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원가 4000원짜리 닭 한 마리를 가맹점에 5000원에 납품하면 차액가맹금은 1000원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미국 등 해외 프랜차이즈가 통상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를 받는 것과 달리 이 유통마진을 통해 돈을 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식업종 가맹점의 차액가맹금 평균 지급액은 2800만원이다. 가맹점 평균 매출액 대비 평균 차액가맹금 비율은 4.4%다. 피자업종이 5200만원으로 가장 높고 치킨(3500만원), 제과제빵(3400만원), 커피(2300만원), 한식(2000만원) 순이다.
국내 프랜차이즈기업 중 차액가맹금 기반 모델을 적용하는 비율은 90%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프랜차이즈 도입 시기 가맹본부와 점주 희망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직후 프랜차이즈가 본격화할 때 가맹본부는 쏟아져나오는 퇴직자를 선점하기 위해 비용을 낮추는 차액가맹금 모델을 제시했고 점주 희망자도 로열티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이 이어지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가맹본부가 패소한 피자헛의 차액가맹금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맹본부가 물품공급 과정에서 마진을 수취할 수 있다는 내용 자체가 가맹계약서에 없었다. 여기에 피자헛은 차액가맹금 외에도 고정 수수료(로열티)와 광고비를 별도로 받았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피자헛 사례는 이례적인 경우였던 셈이다.
성백순 전 한국프랜차이즈학회장은 “‘갑’인 가맹본부가 이익을 더 가져가고, ‘을’인 가맹점이 비용을 떠안는다는 `갑을 구조`로만 보는 시선을 개선해야 한다”며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더 큰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파트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갈등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로열티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역시 애초 차액가맹금 모델로 시작해 로열티 모델로 전환했다. 로열티 제도에서 거래 투명성이 올라가고 가맹점 매출 증대가 본사 매출 증대로 이어져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선진국처럼 로열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본부는 가맹점주의 현금거래 등을 통한 매출 누락 방지 조치와 로열티 혜택을 가맹점주에게 돌려주기 위한 브랜드가치 제고 및 사업자 지원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점주 ‘단체 교섭권’ 독소조항 많아…“가맹본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 바뀌어야”
가맹점주 협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졸속 입법 우려가 크다. 자칫 부당한 경영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 노조도 복수노조의 경우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하는데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모든 점주 단체와 협의를 각각 하도록 했다”면서 “가맹점이 10곳도 안 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80%인 상황에서 가맹점 2~3곳만 뭉쳐도 본부를 괴롭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단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단체 취소 등의 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전 학회장 역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안에 교섭단체 구성의 명확화, 절차 진행의 단일화, 협의 횟수 및 조정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 전 학회장은 마지막으로 “프랜차이즈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맹본부에 대한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공정위 자료를 보면 국내 가맹점수 100개 미만인 가맹본부가 약 96%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 프랜차이즈가 체질 개선을 통해 건강한 산업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