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호(사진) 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약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보호법)과 관련해 “진영 논리로 봐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장은 고용노동부 노동약자 정책자문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한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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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약자 정책 자문단장을 맡고 있다.
△정부가 도와달라고 했다. 2차 노동시장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면 정부 성격을 가리지 않고 개입해야 한다고 봤다. 노동계에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정부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이중구조 완화에 조금이라도 도움 된다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약자란 무엇인가.
△‘비표준 노동자’다. 전세계적으로 노동법은 자본주의 발달에 따라 제조산업 중심의 ‘표준 노동자’에 맞춰 제정됐다. 정년이 보장되고 전일제 남성 노동자, 가족을 부양할 만큼의 소득을 보장받는 노동자, 이게 표준 노동자다. 비표준 노동자는 전일제가 아닌, 또 고용이 보장되지 않거나 스스로 그러한 고용 틀에 묶이지 않는 노동자다. 가족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사업주가 명확하냐의 차이점도 있다. 비표준 노동자 체계에선 불명확하다.
-정부는 취약 사업주 포섭도 검토 중인데.
△사업주는 사업주다. 문제는 2차 노동시장에서 말만 사업주인, 실제론 노동자와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원청 노동자보다 못한 영세 사업주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노동약자보호법’에 이들을 포함하는 건 논란이 많을 거다. 법체계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우선 실제론 근로기준법(근기법)상 근로자임에도 근기법 영향을 받지 못하는 사람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계는 근기법 적용을 주장한다.
△성수동 수제화 노동자들은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산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퇴직금을 받아 갈 때 절반도 못 받아 간다. 노동자들도 이거면 됐다고 한다. 이마저도 못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법대로 하는 순간 사업주는 줄 수 있는 돈이 없고, 회사가 망하는 거다. 근기법은 사업주에 책임을 묻는 법인데, 노동약자보호법은 국가가 책임지고 이들의 노동환경에 신경 쓰라는 법이다.
-법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처음엔 부족한 게 많을 거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채워나가면 된다. 진영 논리에 입각해서 보면 안 된다. 국가에 책임을 묻는 노동법체계로 획기적인 법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기본소득도 국가가 기본소득을 책임지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 개념으로 야당이 노동약자보호법을 봐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다. 이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선의의 정책을 내어 이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하느냐, 이렇게 손잡고 가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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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어떻게 평가하나.
△평가하기엔 이르다. 양대 노총 입장에선 건설노조 문제, 회계공시 문제로 화가 많이 나 있다. 정부가 여기에 치우쳐 있었던 건 맞다. 법치를 세우겠다고 하면서 노조와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총선을 거치면서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이건 두고 봐야 한다.
-‘노사 법치주의’는 어떻게 보나.
△이미 1차 노동시장의 노동조합들, 기업들은 법치주의에 입각해 가고 있다. 양대노총 사업장들은 불법 파업 안 한다. 파업할 때도 쟁의행위 찬반 거쳐서 집시법 내에서 한다. 예를 들면 화물연대 파업도 불법은 아니었다. 안전운임 문제는 정책의 문제였다. 건설은 현장에서 폭력이 일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법치에 와 있다. 정말 어려운 건 2차 노동시장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들어주지도 않고 교섭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러니까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는 거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노동개혁 중 가장 시급한 사안은.
△이중구조 해소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나쁜 일자리’가 되면 일상으로도 비교가 된다. 1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이 유치원 때부터 일어난다. 모두가 1차 시장의 좁은 관문을 향해 극단의 경쟁을 한다. 하지만 소수만 들어간다. 낙오되는 나머지들이 2차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도 아니다. 이게 계속 축적되면 어느 순간 우리 사회가 ‘꽝’하고 떨어질 수 있다.
-해결책은 뭔가.
△그동안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그리고 노사정도 이들에 대해 진정성 있게 대하지 않았다. 미안해해야 한다. 그리고 고맙다고 인사해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노사정이든, 보수 언론이든 진보 언론이든, 온 국민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음먹고 풀기 시작해도 30년이 걸릴 거다. 30년에 걸쳐 만들어진 문제여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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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판 사회적 대화가 추진 중이다.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대화는 기본전제로, 이건 이것대로 하고 별도의 대화가 이뤄지는 건 의미 있다고 본다. 경사노위에서 노경총(한국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이 건드리기 애매한 게 있어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있다.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든다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근로기준법) 적용 문제가 그렇다. 5인 미만까지 당장 전면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론 어렵다.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사업주의 지불능력 문제와 행정력 부족이다. 그럼에도 풀어야 할 문제다. 문제는 노동약자와 경영약자 간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경총이 풀기 어렵다. 국회에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노동자들과 사용자들을 불러 대화할 수 있는 거다. 그런 점에서 또 다른 축의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다. 다만 여야를 대리하는 식의 대화가 되지 않도록 차단할 필요가 있다.
-주휴수당 폐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단계적으로 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 주휴수당은 전체 임금의 16.7%다. 당장 없애는 건 임금이 16.7%가 깎이는 거여서 불가능하다. 이를 보전하면서 없애야 한다. 주 5일제(주 40시간 근로제) 할 때도 그랬다.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낮추면서 임금인상을 모두 반영했다. 임금삭감 없는 주 5일제였다. 우리에겐 그런 경험이 있다. 노조 있는 사업장은 임금교섭 등으로 반영할 거다. 문제는 노조가 없는 곳들, 알바생들이다.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풀어야 한다.
◇한 전 사무총장은…
△1964년 경북 예천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학사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부장 △금속연맹(현 금속노조) 조직실장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사회연대위원장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고용노동부 노동약자 전문가 자문단 공동단장,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공익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