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인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할 지에 대한 표준적 시스템을 패키지화해놓는다면 K원전은 그만큼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22대 국회에서 고준위법이 통과된다면 원전 추가 수주 때도 더 유리한 측면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온타임온버짓’(On Time On Budget,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K원전 생태계를 보다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고준위법과 원전산업법으로 원전산업을 뒷받침한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에너지정책을 지속할 수 있어서 산업 발전이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고 원전 지역 주민들이 가진 불안감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서 고준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21일 국회,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고준위법은 현재 국민의힘 이인선(정부안·대구 수성을)·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김석기(경북 경주)·정동만(부산 기장)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유럽연합(EU) 택소노미 등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글로벌스탠더드와 국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부지 확보의 시급성을 반영했다. 다만 방폐물처분장 운영 일정을 놓고선 2060년과 2065년 등 차이가 있다.
이인선 의원안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2065년 이전에 운영을 개시함’을 법률안에 명시했다.
야당에선 아직 고준위법을 발의한 의원이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고준위법 처리의 마지막 키를 쥔 김성환(서울 노원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앞서 고준위법을 대표 발의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21대 국회에서 양당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만큼 그 정신을 이어 연내 통과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와 학계의 주장이다. 임시저장조를 짓기 위해서라도 고준위법이 있어야 지역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불과 6년 뒤인 2030년부터 포화하는 상태에서 저장조 건설에 드는 시간만 약 7년가량 걸리기 때문에 당장 정기국회내 처리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야당에서도 21대 국회때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다음 달 고준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야당 관계자는 “21대 국회서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한다고 했으며 당시 합의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여당에서 이견이 있지 않는 한 정기국회전 법안을 내고 입법을 위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방폐물처분장 운영 일정과 부지내 저장 용량에서 다소 이견이 있지만, 21대 국회서 합의했던 내용으로 빨리 여야가 협상을 진행해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산업법 역시 연내 입법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24조원+α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권을 따내는 과정에서도 가장 큰 복병이 ‘정책의 신뢰’에 있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8일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상대국에서 탈원전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으며, 원전정책의 안정성을 보장하라고 이야기한 곳도 여러나라가 있었다”며 “원전산업의 정책 환경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여야의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 해소를 위해 연말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또한 ‘원전산업법’을 제정해 원전 수출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지원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 교수는 “미국은 지금 민주당과 공화당이 원자력 기술개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법 제정에 나섰다”며 “우리도 소형모듈원전(SMR) 등 선진 원전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원자력에 대한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촉진법 등을 제정하면 에너지정책이 바뀌어서 연속성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