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코넥스 기업 이노그리드의 코스닥 상장이 무산됐다. 최대주주 관련 분쟁 가능성을 숨겼다는 이유로 거래소가 상장 승인 결과를 ‘불인정’하면서다. 이런 경우는 지난 1996년 코스닥 시장이 출범한 이래 처음인 초유의 사태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 주식을 배정하기 전에 상장을 철회했으니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자가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파두의 공모가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신뢰가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노그리드가 지난해 2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지난 2월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한 후 무려 7차례나 이를 정정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 출범 이래 처음으로 상장 예비심사 결과를 불인정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까지 발행사인 이노그리드부터 주관사인 증권사,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과 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까지 연관된 모두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초유의 상장 불발 사태 이후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내 책임입니다’라며 나서는 곳은 없다. 이노그리드는 6차 정정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게재했으면서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사가 알려주지 않는 정보까지 알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발행사가 이 같은 경우 통상 상장을 자진철회해왔던 것을 고려, 이노그리드 역시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서로를 탓하는 말도 들린다. 주관사가 좀 더 자세하게 살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거래소와 금감원이 미리 이를 파악했다던데 왜 가만히 있었느냐, 등. 이번 사태의 책임은 싸늘해진 IPO 투심을 곧 마주할 애먼 예비 상장사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