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20일 재정 세제개편특위를 열어 상속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개편의 핵심은 상속세를 완화해 중산층이 서울의 집 한채 정도는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달 초 “집값이 올라 과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제는 과표금액에 따라 10~50%의 5단계 누진세율 구조로 이뤄져 있다. 1996년 전면 개정과 2000년 부분 개정을 통해 현재의 골격이 마련됐으나 이후 경제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상속세수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996년 전면 개정 당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은 490조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236조원으로 4.5배로 불어났다. 집값은 10배 이상 불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행 상속세제는 경제 현실과 더 이상 맞지 않게 됐다. 몸은 어른으로 성장했는데 어린이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지난 28년간 상속세수가 15.1배로 증가했다. 집값 상승으로 과세 인원이 늘어난 데다 누진세율 구조로 세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 9957만원으로 공제 한도 10억원(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 최소공제 5억원 포함)을 넘었다. 이는 중산층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물려주는 경우에도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실은 상속세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상속세는 극소수 부유층을 겨냥한 것이지 중산층에 과세하기 위한 세금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부의 고령화에 따른 경제침체를 생각하면 중산층의 세대 간 부의 이전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적극 권장해야 할 사안이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은 공제 확대, 과표구간 조정, 세율 인하 등 세 가지다. 공제 확대와 과표구간 조정은 경제 규모 확대 추세에 비추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세 최고세율이 45%임을 감안하면 상속세율 인하에는 한계가 있다. 일 해서 번 소득보다 불로소득의 세율을 더 낮추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