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 자백했는데 처단형 범위 잘못 선고…대법 “다시 판단”

박정수 기자I 2023.04.05 06:00:00

“꽃뱀이냐”…추행 외 협박죄, 모욕죄 등 추가 기소
폭행 당한 사실 없어…재판 전 무고죄 자백
1심 자백 고려해 벌금 300만원 선고→2심 항소 기각
벌금형 범위 잘못 기재했다며 상고…대법 “다시 판단”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무고죄 자백으로 형을 감경했다면 처단형 범위도 줄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무고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5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19년 11월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역 지하철수사2계 사무실에서 B씨에 대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피의사건 피해자로 출석해 진술하던 중, 수사 중인 사법경찰리 경장에게 B에 대한 허위 사실을 진술했다.

진술조서 하단에 자필로 ‘B에 대한 강제추행 외에도 협박죄,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를 추가 고소하니 처벌해달라’는 취지를 기재해 B를 고소했다.

고소는 피고인이 2019년 11월 9일 지하철 2호선 교대역 9-2호 승강장에서 B로부터 추행을 당하고 이를 따지자, B가 피고인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진짜 당하기 싫으면 꺼져라”, “꽃뱀이냐, 돈 뜯어 먹으려고 하냐”고 말하며 삿대질을 했으니 협박, 모욕, 명예훼손, 폭행으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피고인이 B로부터 협박을 듣거나 폭행당한 사실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B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해 B를 무고했다.

다만 피고인이 무고한 사건의 피무고인에 대해 불기소처분이 돼 재판 절차가 개시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자백했다.

이에 1심에서는 자백한 점을 고려해 벌금 3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에서는 쌍방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애초 감경된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재판부는 처단형의 범위를 잘못 기재했다.

무고죄의 경우 형법 제156조에 따라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피고인에 대해 벌금형을 선택한 이 사건에서 자백 감경을 했다면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750만원 이하의 벌금이 된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대법원은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를 ‘벌금 1500만원 이하’라고 기재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무고죄에서의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인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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