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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사교육비 마저 상승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고물가 시대에 사교육비마저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다. 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 조사한 통계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으로 이 역시 역대 최고 액수를 나타냈다. 전체 사교육비 총액은 2015년(17조8000억원)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 지난해 26조원으로 7년간 8조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2020년(19.4조원) 팬데믹 여파로 잠시 주춤했다가 2021년(23.4조)과 2022년(26조), 2년 연속 상승한 결과다.
교육부는 학습결손에 대한 불안감 확산과 물가 상승을 사교육비 상승의 원인으로 들었다. 팬데믹 기간 원격수업 확대로 자녀의 학업을 걱정하는 학부모가 늘었고 최근의 물가 상승도 학원비 인상 등을 부추겼다는 뜻이다. 심민철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은 “대면 수업 공백 기간에 커진 학습 보충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에선 ‘돌봄’이, 중고교에선 ‘대입’이 사교육비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수업 보충(50.5%) 외에도 보육 목적의 사교육이 18%로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학교에선 수업 보충(51.6%)에 이어 선행학습(27.1%)이, 고교에선 수업 보충(46.9%)에 이어 진학 준비(32%)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학년별 사교육비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사교육비(참여 학생 대상) 지출액은 중학교에선 3학년(60만1000원)이, 고교에선 1학년(70만6000원)이 가장 많았다. 고교 진학 전 단계인 중3부터 사실상 대입 레이스가 본격화된다는 점과 고1 때의 내신성적이 수시·정시를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중3 때는 선행학습으로 수능 기초를 마무리하는 등 이미 대입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기”라며 “대학 입학 시 내신 반영비중은 고1 46%, 고2 40%, 고3 14%로 고1 때 받는 내신성적으로 대입이 사실상 판가름 난다”고 말했다. 고1 때 내신에 실패하면 사실상 수시를 포기해야 하기에 사교육 지출도 고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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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사교육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내년 2월 대입제도 개편이 예고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능·EBS 연계율을 현재의 50%에서 70% 이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학습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은 크게 선행학습을 위한 것과 학교 수업 보충을 위한 것으로 분류되는데 수업 보충형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한다면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 뒤에 경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상반기 중 사교육 경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