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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2007년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금액을 시행사에 빌려줬으나, 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돼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
투자자들은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A사는 2016년 최종 패소해 약 13억원 상당을 지출했다. 이후 A사는 소송방어비용 관련 보험계약을 체결했던 B사에 이를 청구했다.
그러나 B사는 보험 지급을 거부했다. B사는 A사가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고의적 법령 위반’을 저질렀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것이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A사는 보험료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증권에 영문으로 적시된 약관의 부정직행위(dishonesty) 중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 조항을 ‘고의적인 기만 행위’만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시 재판부는 “보험약관의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해당 조항이 ‘고의적인 사기 행위나 부작위’로 해석되는바, 단순한 의무 위반이 아닌 계획성이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법률 위반이라는 결과 발생을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영어단어 ‘wiful’의 의미를 ‘일반적 고의’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도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자신의 행위에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담보가 설정된 구체적 경위, 투자자에 대한 설명노력 정도 등에 대한 심리 결과에 따라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를 더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