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한예종 총장이 밝힌 영재 교육 철학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인 김 총장은 한예종 음악원장과 영재원장 등을 지내며 손열음, 김선욱, 이진상, 문지영 등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많은 피아니스트를 키워냈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 한예종 교수 또한 김 총장을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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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한예종 영재원만의 특별한 교육 시스템으로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초점을 둔 입학시험 △누구보다 무대 활동을 잘 알고 있는 교사진 △가능한 많은 무대 기회 제공 등을 꼽았다.
“이강숙 한예종 초대 총장님이 ‘(무대에서) 잘 하는 연주자가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공연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물론, 무대에서 예술가로서 마주하게 될 ‘무의식’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재능 있는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죠. 한예종 영재원은 입학시험부터 달라요. 학생들의 연주를 15~20분 정도 길게 들으면서 실력보다 잠재력과 재주를 우선해 학생을 선발합니다. 또 선발된 학생에게는 다른 어느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주 무대를 제공하고요. 무엇보다 무대 활동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 또한 수많은 제자들을 학생들 각각의 성향에 따라 지도하는 ‘맞춤형 교육’으로 가르쳤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파악해 이를 파일로 정리하기도 했다. 단순히 음악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심리 상태까지 살피며 그들의 의식이 무의식의 예술세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는 한예종 영재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 과정과도 닮았다. 임윤찬 또한 스승인 손 교수를 통해 재능을 더욱 갈고 닦았다. 김 총장은 “윤찬이는 한예종 영재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적이 없었지만, 손 교수를 만난 뒤 놀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며 “중요한 시기에 손 교수와 같이 한 것이 윤찬이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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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한국은 문화예술 영재 강국이지만 클래식 강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능이 있는 음악 영재는 무궁무진하지만, 이들이 직업 연주자로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다.
“영재를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는 ‘영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2의 임윤찬을 꿈꿀 음악 영재들에게 ‘콩쿠르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고요. 백건우 선생님처럼 1등을 하지 않아도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으니까요. 영재를 키우는 것을 넘어 이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