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세종시문화재단 대표는 18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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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 외에도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 100여 명이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보수 정권 출신 대통령과 보수 정당 의원들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2013년에는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했지만 제창은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은 보수와 진보를 나눠서 볼 것이 아니고, ‘임을 위한 행진곡’ 또한 그런 구분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숭고하게 희생한 분을 기리는 노래”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도 당연한 것”이라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 경영학과 학생이었던 김 대표가 1982년 5·18민주화운동 2주기 추모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곡한 노래다.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사망한 고 윤상원과 1979년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세상을 떠난 고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모티브로 삼은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쓰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쓴 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로 다시 썼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담은 노래로 기념식은 물론 사회현장에서 민중가요로 널리 불렸다. 해외에도 알려져 최근엔 홍콩, 미얀마 등의 민주화운동에서 불리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시기였던 1997년부터 정부 주관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보수 진영에서 이념적 성격의 노래로 몰아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009년 식전 행사로 제창했고, 이후 합창으로 형식을 바꾸거나 기념식에서 배제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2017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업무지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식 제창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치권에서 많이 이용하며 논란이 됐는데 가슴이 아팠다”며 “올해 기념식을 계기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사람들이 더 자주 부르면서 5·18민주화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대한민국 통합의 의미를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김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 사업에 앞장설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제작된 뮤지컬 ‘광주’는 3년 연속 무대에 오르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5·18 같은 항쟁의 역사는 정치나 교육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문화예술로 승화돼 프랑스 대혁명처럼 전 세계적으로 잊히지 않는 역사로 기록돼야 한다”며 “앞으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문화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