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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봄직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일명 ‘에어택시’, ‘플라잉카’라 불리는 UAM을 실제 우리 일상에서 접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류시양 한화시스템 에어모빌리티 개발센터장은 강조했다. 그는 국내 민간기업 중 가장 먼저 UAM 시장에 뛰어든 ‘한화시스템’에서 기체 개발 최일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UAM 개발센터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 25일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현지 화상 인터뷰에서 “2026년에 UAM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UAM은 긴 공항 활주로를 달리는 일반 항공기와 달리 흡사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기체를 말한다. 다만 헬리콥터와 달리 소음이 적고 비행 속도도 훨씬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이 주요 동력인만큼 탄소배출 등 공해 유발 물질도 없어 교통 혁명을 일으킬 대표적인 미래산업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의 방산·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UAM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 2020년 2월부터 미국 개인항공기 업체 오버에어사(社)와 손잡고 UAM(기체명:버터플라이)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류 센터장은 “핵심 모듈(부품)을 먼저 부분적으로 개발했고 지금은 항전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기체 전체에 구현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면 실물 크기의 시제기를 개발해 시험 비행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의 ‘버터플라이’는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상용화의 열쇠로 보는 ‘전기 추진 시스템’ 개발이 막바지에 와 있기 때문이다. 전기 추진 시스템은 에어택시가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륙하고, 뜬 뒤에는 항공기처럼 고속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틸트로터’(Tilt-rotor·프로펠러 운용 시스템)를 작동시키는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류 센터장은 “지난해까지는 연구소 내에서 전기 추진 시스템 성능 시험을 했지만 올해 초부터 실물 사이즈를 제작해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등 실제 지상에서 테스트를 했다”며 “이번 성능 테스트에서 우리가 목표했던 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의 출력이나 소음 수준 등이 설계대로 나왔다는 것을 검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자신했다.
한화시스템은 기체 개발 이외에도 도심 상공의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체계 연동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류 센터장은 “기체 개발과 함께 도심 공항 구축을 위한 작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UAM 이착륙 터미널인 버티포트(Vertiport) 인프라, 운항 서비스, 모빌리티 플랫폼에 이르는 ‘UAM 밸류체인’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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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시제기 개발을 앞둔 현재 진척 상황은.
△버터플라이는 4개의 프로펠러 운용 시스템을 장착한 전기식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다. 핵심 부품은 개발이 끝났고, 지금은 하나하나 기능이 작동하는지 검증하며 통합하는 단계다. 전기 추진 시스템의 지상 실험도 마찬가지다. 까다로운 공기역학적 조건에서 대형 틸트로터가 설계대로 구현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의 1차 성과가 내년 중반에 시제기로 선보일 플라이 테스트(시험 비행)이다.
-2026년 상용화까지 추진 일정은.
△2025년에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증 획득과 서울-김포 노선 시범 운행에 나서고, 2026년에 상용화를 하겠다는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원격으로 조정하는 무인 시제기를 만들어 비행 성능과 안정성 등을 검증하고, 이후 조종사가 직접 타는 유인 시제기로 2024~2025년에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기체를 완성해 2025년에 FAA 인증을 받겠다는 목표다.
-타 업체 UAM과 비교할 때 한화 ‘버터플라이’의 장점은.
△기존 수직 이착륙기 대비 최대 5배의 운항 효율을 지닌 ‘최적 속도 틸트로터’(OSTR) 기술과 프로펠러 개별 제어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능동 진동 저감기술’(IBC)이 독보적이다. 특히 4개의 동일한 틸트로터를 전후방 날개에 배치해 1개가 고장 나도 나머지 3개만으로 안전 비행이 가능하다. 최소 10분만에 고속 충전이 가능하며 최대 시속 320km를 낼 수 있어 서울에서 인천까지 약 20분만에 이동할 수 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기체를 개발 중인 이유는.
△항공 기술력이나 산업 성숙도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국이나 유럽 등 항공 선진시장에서 이뤄지는 인증의 신뢰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UAM 관련 표준 규정이 앞선 대표적인 곳이 미국 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국내도 UAM 관련 법과 제도 정비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항공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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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이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시험 비행을 가장 먼저 시연했고, 미국 FAA로부터 인증을 받기 위한 여러 단계 중 상업 비행용 허가인 G-1 이슈 페이퍼(Issue Paper)도 가장 먼저 받은 상태다. 다만 과거 휴대전화시장에서 블랙베리가 가장 먼저 출시됐지만, 지금은 삼성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 또한 빠른 상용화보다 소비자들에게 호평 받는, 안전한 제품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UAM 시장은 조사·정찰(군사·산업·농업용 등)과 운송(민수)용으로 나뉜다. 시장별 전망과 수익성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승객운송 분야로 보고 있다. 단, 수요처 별로 기체당 판매가격이 다르고 수익 구조도 달라 단순하게 수익성을 따지기에는 어렵다. 예컨대 군용의 경우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공급단가가 훨씬 높을 것이다. 다만 에어택시는 장기간 유지되는 사업으로 수요가 꾸준하고 운행을 통해 반복적으로 쌓이는 수익(운임 등)도 커 시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본다.
-버터플라이 초기 요금은 어느 정도 예상하나.
△현재 서울 여의도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40㎞ 거리를 차로는 1시간이 걸리지만 UAM으로는 20분이면 갈 수 있다. UAM 도입 초기 요금은 대형 모범택시 정도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 이하로 책정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한화시스템의 버터플라이는 경량 복합재 및 고효율 공기역학 기술로 운항 효율이 높고 동력원은 전기이기 때문에 운행 운임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폭발처럼 하늘에서 운행하는 UAM도 배터리 폭발 사고 우려는 없는지.
△다양한 시험 요구 조건을 수립하고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철저하게 시험 검증을 하고 있다. 최우선으로는 외압과 온도, 진동, 최악의 조건인 쇼트(합선) 등의 모든 조건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증을 하고 있다. 또 만에 하나 배터리에 화재가 나더라도 불이 난 배터리 셀(전력을 저장하는 최소단위 장치)에서 다른 셀로 전이되지 않도록 제반장치를 마련하고 승객들의 보호를 위한 배터리 배치(레이아웃)까지 고민하고 있다.
-향후 UAM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하는지.
△에어택시도 집 앞에서 타는 게 아닌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까지 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고 불특정 다수와 여럿이 함께 탑승해야하는 불편도 있다. 이에 UAM은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운항하는 기체, 즉 개인비행체(Personal Air Vehicle)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본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비용을 낮추는 문제나 자동차처럼 동네에 UAM 정비소가 많아야 하는 등 제반 여건도 필요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단기간에 활성화하기는 어렵고, 특수 용도로 먼저 도입될 것으로 본다.
◇류 센터장은…
△1967년생 △서울대 금속공학 학사 △서울대 항공우주공학 석사 △미국 퍼듀(Purdue)대 항공우주공학 박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가스터빈개발팀장 △한화시스템 P-프로젝트 TF 팀장 △한화시스템 에어모빌리티 개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