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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발표한 2022년도 정기 인사부터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해 사장 이전의 임원 직급 체계를 부사장·상무 등 2단계로 단순화했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상무보 직급을 폐지해 사장 이하 임원 단계를 사장·부사장·전무·상무 등 4단계로 줄였다.
이 같은 임원의 직급 파괴·통합 움직임은 SK그룹에서 시작됐다. SK그룹은 2019년 8월 상무·전무·부사장 등의 구분을 없애고 사장 아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일원화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같은 해 이사대우·이사·상무 직급을 상무로 합쳤다. LG그룹은 2017년부터 주요 계열사 직원들의 직급 체계를 기존 5단계에서 사원·선임·책임 등 3단계로 통합했다.
직급을 통합하는 만큼 호칭도 점차 간소화되는 분위기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모든 직원을 ‘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임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되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선후배님’ 등 수평적 호칭을 쓰도록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사원·대리를 ‘매니저’, 과장급 이상을 ‘책임 매니저’로 부르도록 단순화했다.
또 올해부턴 LG경영연구원과 LG에너지솔루션이 ‘님’이라는 단일 호칭 체계를 사용한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도 최근 팀장 이하 직원들의 호칭을 직급이 아닌 ‘님’으로 통합했다. 포스코ICT는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직급 호칭을 폐지하고 모두 ‘프로’라는 단일 호칭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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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직원 간 호칭을 간소화하는 방법으로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꿔 젊은 인재를 유치하려는 전략도 담겨 있다. 호칭의 격을 없애 수직적 권위와 위계서열에 대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기업들은 임직원 간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 등이 높아지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직급을 파괴·통합하거나 임직원 간 호칭을 단순화하는 인사 제도가 재계 전반에 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0~40대 젊은 총수의 등장으로 재계 분위기가 일부 달라진 건 사실”이라며 “기업으로선 직급을 파괴·통합하는 인사 체계는 인사 적체와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