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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다름은 보이지 않는 일종의 치부(恥部)이기도 했습니다. ‘옳고 그르다’는 흑백논리 속에 각 가정에서도, 조직에서도, 사회에서도 다른 사람은 ‘그른 사람’으로 보이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채 특색 없는 회색빛으로 물들어 갔습니다. 겉으로는 치열한 경쟁으로 성취를 이룬 것 같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저마다의 개성을 잃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지향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융복합 시대를 맞아 변화의 물결에도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다른 대안, 다른 상품, 다른 어젠다를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남들과 같은 전략을 구사해서는 그저 그런 조직, 기업, 나라에 머물 것이 뻔합니다.
다름은 옳고 그르다를 떠나
똑같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변화와 혁신의 또 다른 언어이기도 합니다. ‘넘버 원’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리 원’은 대체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이를 위해 과감히 기존의 틀을 깨야 합니다. 관행과 제도, 일방적 압력, 수직적 관계는 휴지통에 버리고 도전, 변화, 포용을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도 단 한 명이 수백, 수천만 명을 넘어 수억, 수십억 명을 먹여 살리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혁신 기업가)를 배출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건
내로남불 시대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갈등의 시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보혁갈등, 세대갈등, 남혐·여혐의 젠더 갈등이라는 한국사회의 상처를 봉합해야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변기 속에 우리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포용성이 없는 사회는 다양성을 잃게 마련입니다.
“다양성이 곧 생산성”이라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팀 하포드의 명언을 되새길 때입니다. 인종과 언어, 나이, 성별, 전통, 문화 등의 다름을 인정하고 골고루 섞인 조직과 기업, 사회가 혁신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을 구현하고 상생을 이끌어 결국 생산성을 높인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대선의 해이기도 합니다. 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든 양 진영의 다름을 인정하고 ‘국민 통합·포용’에 나서야 합니다. 또다시 적과 동지를 이분법적으로 갈라 통치하는 작태가 반복된다면 한국 사회는 삼류 수준에 머물 게 자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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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우리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분석해 다가올 해의 색(色)을 제안하는 글로벌 색채 연구소 팬톤은 ‘2022년의 색’으로 ‘베리 페리’(Very Peri)를 선정했습니다. 명쾌하고 시원한 파란색과 그 반대편 열정적이고 따뜻한 빨간색이 섞인,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신비로운 보라색입니다. 올해에도 팬톤의 제안은 우리 생활 깊숙이 투영될 겁니다. 이성과 감성, 일관성과 역동성, 희망과 좌절 등 우리 사회 극단의 양면성이 조화롭게 섞이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세상을 올바르게 세상을 따뜻하게’
라는 모토를 내건 이데일리는 대한민국의 상징이기도 한 ‘검은 호랑이의 해’를 의미하는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사회 각계에 ‘다름’ 운동을 제안합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혁신성장, 내로남불로 읽히는 갈등의 해소에 우리 사회 전체가 동참하자는 게 제안의 취지입니다. 이데일리는 올 한해 ‘다른’ 대한민국을 찾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이데일리 편집국 기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