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아파트'라도 사두자…37가구 모집에 2300명 몰렸다

황현규 기자I 2021.09.13 06:55:00

나홀로 아파트 청약 흥행…가점도 高高
37가구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 아파트
평균 경쟁률 61대 1…54㎡타입은 479대 1
서울 아파트 분양 귀해지면서 반사이익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 한울에이치밸리움’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 61대 1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 아파트는 37가구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인데, 2288명이 몰린 것이다. 심지어 54㎡타입(1가구)은 459대 1의 경쟁률이 나왔을 정도다.

그동안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며 ‘미분양 늪’으로 여겨졌던 서울 ‘나홀로 아파트’가 때 아닌 청약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워낙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분양 조차 뜸해지자 ‘나홀로 아파트라도 청약하자’는 무주택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로 청약에 도전하는 셈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세자릿수 경쟁률에…3인 가구 만점 받아야 당첨

12일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림스카이아파트는 지난 7월 43가구 모집에 994명이 몰리면서 평균 청약 경쟁률 23대 1을 기록했다. 이 중 56㎡타입은 1가구 모집에 246명이 몰리면서 246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당첨권 점수도 만만치 않다. 경쟁률이 높았던 56㎡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64점이다. 3인 가구 기준 청약 만점 수준이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모두 만 15년을 넘겨야지만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는 앞서 분양했던 강동구 고덕동 고덕강일제일풍경채의 당첨 커트라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덕강일풍경채는 78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데다가 5억원 수준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로또 단지로 불렸다.

사실 신림스카이아파트는 빌라촌에 위치한 데다 지하철 2호선 봉천역과도 도보로 20분이 넘는 비역세권이다. 심지어 단 1개동짜리 나홀로 아파트로, 지상 12층 규모의 작은 단지다. 근처에 값을 비교할 아파트 단지가 없어 시세 차익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몰리며 당첨 점수가 치솟은 것이다.

이 아파트뿐 아니라 올해 하반기(7월~9월)에 분양한 서울 나홀로 아파트들도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종로구 에비뉴청계와 동대문구 브이티스타일은 각각 최고 경쟁률 86대 1(27㎡타입)을 기록했다. 에비뉴 청계는 81가구, 브이티스타일은 75가구 규모다. 이 중 브이티스타일의 전용 126㎡ 타입의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66점으로 집계됐다. 4인 가구에 무주택기간이 10년 넘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사진=이데일리DB)
◇외면받던 나홀로 아파트 왜 청약 인기?

100가구 미만의 나홀로 아파트는 그동안 청약 시장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시세 상승이 더딘데다가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해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한데는 서울 아파트 분양의 희소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분양 단지가 귀해지면서 나홀로 아파트라도 청약하자는 수요가 생겼단 분석이다. 실제 이날 기준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는 11개 단지에 불과한데, 이 중 1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는 4곳에 불과했다. 5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는 앞서 언급한 고덕강일제일풍경채가 유일하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까지 서울시에 분양된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은 1809가구에 그쳤는데, 작년 같은 기간 2만8131가구(일반분양 9512가구)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주요 분양 단지들도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청약일정이 밀리면서, 무주택자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약 1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갈등과 조합장 해임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사실상 올해 분양은 어려운 상황이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애초 올해 하반기 분양이 예정됐으나,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 아파트 분양이 귀해지면서 나홀로 아파트라도 청약하자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도 “나홀로 아파트가 대단지 아파트보다 가격방어가 취약하고 인프라 구축이 빈약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입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 청약에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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