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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가 지상파 방송사에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프로그램제목 광고까지 허용하는 광고 규제 완화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에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뿐 아니라, 종편의 오락 프로그램 60%까지 허용(기존에는 50%), 지상파 3사(KBS, MBC, SBS)의 국산 신규 애니메이션 편성비율 매출액에 따른 완화(기존에는 전체 방송시간의 1%)까지 포함됐죠.
방송의 공공성을 해칠 것이라는 시민단체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반대입장을 냈습니다. 방송의 상업성이 극대화돼 방송의 공공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열린 민주언론시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김서중 상임공동 대표(성공회대 교수)는 “글로벌 OTT 시대라고 하지만 (지상파 등에 규제를 확 풀어 주는 게 아니라 OTT들에게) 어떤 공공적인 의무를 줄지를 고민하는 게 정책기구의 올바른 방법”이라며 “OTT들도 (방송통신진흥기금 같은) 책무를 지게 해서 지상파나 공공성이 좀 더 가까운 방송사들의 재원 확보에 기여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방송의 공공성을 대표했던 지상파가 글로벌 OTT의 공세로 재정난이 심각해졌으니, 광고나 편성규제 완화로 재원 확보를 돕는게 아니라 OTT에서 돈을 걷어 도와주자는 의미로 들립니다.
지상파=공공적인가?…프로그램에 따라 공익성 달라
그런데 지상파 방송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공공적일까요? 또, 상업성은 공공성과 함께 갈 수 없을까요?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무료 보편적인 지상파’라고 하지만 우리가 가입해 돈을 내는 유료방송들(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은 지상파 방송사에 프로그램 사용료(재송신대가)를 내고 있으니 국민들이 공짜로 지상파를 본다고 말하긴 어렵고, 지상파 프로그램 중에서도 공익적인 것과 아닌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방송사별 공공성이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공공성의 기준은 인권 존중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빼면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죠.
진보주의자들은 지상파를, 보수주의자들은 종편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고, 공익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맥락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도 이날 웨비나에서 “(광고규제 완화로 생긴) 상업적 재원이 반드시 공공성과 배치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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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 종편간 비대칭 규제 해소 첫걸음
방통위가 47년 동안 금지됐던,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있던 지상파 중간광고 금지 같은 낡은 규제를 푼 일은 지상파와 다른 방송사들 간에 규제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공정한 룰이 만들어진 것이죠.
다매체 시대에 정부가 법이나 제도로 ‘이래라, 저래라’고 경직되게 편성을 규제하는 건 방송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로막고 불필요한 행정 비용을 늘린다는 점에서 편성 규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익성 잣대인 프로그램 제작 환경 살펴야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에도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상파와 종편 등에는 광고와 편성 규제를 크게 풀었지만, 이런 조치가 진짜 방송의 공익성 여부를 결정짓는 프로그램 제작사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들여다봐야 할 듯합니다.
오락과 교양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긴 하지만, 오락프로그램 의무 편성 규제가 낮아지면 주로 방송사에 교양프로그램을 납품했던 독립 제작사들의 살 길이 막막해지는 것은 아닌지, 신규 국산 애니메이션 1%룰이 깨지면 국내 애니메이션 생태계는 어떻게 되는지 검토했으면 합니다.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은 프로그램에서 좌우되고, 이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곳에는 거대 방송사뿐 아니라 외주제작사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방통위는 이 계획은 3년짜리라면서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비율 규제 완화 등은 애니메이션 시장 상황 및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으니 활발한 논의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