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나전합)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하나의 큰 합 속에 여러 개의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모자합의 자합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간담회에서는 정재숙 문화재청장,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참석해 나전합의 환수 과정과 보존 상태 등을 공개했다.
나전합의 환수는 14년 만에 이뤄졌다. 문화재 환수를 맡아 진행한 최 이사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 전시를 기획하면서 해당 나전합을 한 차례 한국에 가져왔었다. 2005년 수소문 끝에 만난 일본인 개인 소장자는 1990년대부터 해당 유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정확한 유물 입수 경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어렵게 1개월 동안 유물을 대여해 전시를 진행한 후 2018년 말부터 소장자와 협상을 시작해 왔다.
정 청장은 “지난해 12월 초에 소장자와의 길고 어려운 협상과정 끝에 유물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만약에 협상과정이 조금이라고 길어졌다면 환수가 몇 년 뒤로 미뤄졌거나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환수된 유물은 12세기에 제작된 화장용 상자의 일부로 추정된다.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이 지은 ‘고려도경’(1123년, 인종 1년)에 따르면 고려 나전칠기는 고려 청자와 고려불화와 함께 당대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나전국화넝쿨무늬불자의 제작 시기도 같은 12세기로 전해진다.
10cm 남짓한 길이에 무게 50g 정도인 나전합의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올해 1~3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비파괴 분석을 벌인 결과 일부에서 국화무늬나 자개가 떨어진 부분이 보여지지만 대체적으로 형태나 무늬가 잘 보전돼 있다. 전형적 고려 나전칠기 제작기법과 재료가 사용된 나전합은 나무로 모양을 잡은 뒤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한 목심칠기로, 판재 안쪽 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부드럽게 꺾어 곡선형의 몸체를 만들었다. 몸체는 바닥판과 상판을 만든 후에 측벽을 붙여 제작됐다.
나전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소장처를 옮긴 후 하반기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에서 일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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