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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 활용 분야 기술력 한국이 세계 최고"

김형욱 기자I 2019.08.19 05:00:00

[인터뷰]정기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소·연료전지 PD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력 보완 땐 세계시장 선도 가능"
"규모 키우면 경제성 확보…중견 선도기업 육성 노력할 것"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생산부터 저장-수송-부문별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경제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수소차를 국내외에 180만대 보급하고 전국 660개 수소 충전소 설립한다.

새로운 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 유럽,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세계 주요국은 수소사회의 전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미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 중이거나 만들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소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에너지여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전까지는 기존 화석연료는 물론 재생에너지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같은 난제에도 ‘왜 수소경제인가’인지 6인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정기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 디렉터(PD)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우리나라는 수소·연료전지 활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부문 경쟁력만 갖춰나간다면 우리가 전 세계 수소경제 사회 전환을 주도할 수 있다.”

정기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 디렉터(PD)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KETEP 본원에서 만나 우리 수소·연료전지 분야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005380)가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전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며 “발전형 연료전지 부문에서도 우리 기업이 전 세계 1~3등 기업을 인수·제휴한 덕에 수송·발전을 아우르는 수소·연료전지 활용 분야에선 우리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000150)(두산퓨얼셀)이 지난 2014년 인산형 연료전지(PAFC)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연료전지업체 UTC파워를 인수했다. 포스코(005490)(포스코에너지)가 이보다 앞선 2007년 발전형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분야 세계 최고 기업인 미국의 퓨얼셀에너지(FCE)와의 기술제휴로 관련 기술을 국산화했다. LG(003550)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PD는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됐는데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국내 대기업이 나서서 주요 기술을 모두 인수했다”며 “아직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력은 미국, 유럽, 일본 등보다 떨어지지만 이것만 잘 보완하면 우리가 전 세계적인 수소사회 전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소·연료전지의 경제성이다. 수소는 아직 너무 비싸다. 연료전지 발전 비용도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비싼 편인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보다도 두 배 가량 비싸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360메가와트(㎿)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낮은 수익성에 허덕인다. 많은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사업 확대를 망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PD 역시 이 같은 수소·연료전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몸소 경험했다. 대학 때 연료전지를 전공 후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그는 2005년 연료전지 사업 확대에 나선 포스코에 합류해 연료전지 기술을 국산화하는 등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가 연료전지기획그룹장이던 2015년만 해도 연료전지 관련 사업 인력이 600명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수익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이다.

그는 수소·연료전지도 머잖아 자생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가 일정 수준 이상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 현 LNG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환경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별도의 공급망 없이 특정 지역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분산발전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 307㎿ 규모이던 발전용 연료전지를 2022년 1500㎿(1.5GW)로 2040년에는 15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같은 기간 수소전기차 국내외 누적 공급대수는 1800대에서 620만대로, 연 수소공급량은 13만t에서 526만t으로 늘리기로 했다. KETEP이 박근혜 정부에서 없앴던 수소·연료전지 분야 PD 직군을 되살려 이 분야의 정부(산업통상자원부) 연구개발 기획사업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로드맵 발표 이후부터다.

정 PD는 “굉장히 의미 있는 목표”라며 “정부가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민관이 함께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결코 무리한 수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우선 과제로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이끌 중견 선도기업 육성을 꼽았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정부 연구지원 사업을 연결해줘 수소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소·연료전지 생산-저장-운송 부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정 PD는 “수소 산업은 결국 민간이 끌고가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도 정책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관련 산업 육성을 법제화해 안정적인 지원을 틀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 디렉터(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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