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부활 뱃고동]③정화장치 서둘러 설치한 韓..환경규제 속 운임인상 기대

김정유 기자I 2019.07.09 05:02:00

국제기구 내년부터 기준 강화
현대상선, 황산화물 저감장치 탑재
친환경선 20척 도입 등 만반의 준비
설치 미루던 글로벌 선사들 위기감

글로벌 벌크선 선령별 추이. (자료=클락슨리서치 및 대신증권)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내년 1월부터 강화되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IMO 규제 강화로 인해 노후 선박을 폐선하거나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 설치에 드는 시간 때문에 해운업 전반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8일 IMO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계는 내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대비 20% 줄이고, 오는 2050년까지는 50%로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기존 선박에 쓰였던 화석연료 벙커-C유 대신 친환경 액화석유가스(LNG) 연료로 전환하거나 스크러버를 추가 설치하는 식으로 황산화물 배출을 줄여야 한다.

글로벌 해운업계 입장에서 이번 IMO 황산화물 배출 규제 강화는 분명 위협 요소다. 선사들이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 대신 저유황유나 초저유황 중질유를 쓰려면 기존 연료비대비 최소 40%에서 최대 80%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려면 엔진 출력 수준에 따라 1척당 최대 100억까지 투자 비용이 들어갈 수 있는데다, 이를 탑재하려면 긴 수리 기간이 필요해 어느 정도의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며 “정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업체들에 이런 비용적·시간적 소요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의 머스크, 코스코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엔 더 뼈 아프다. 선박 규모가 크고 보유 선박이 많은 탓에 스크러버 설치 부담도 더 큰 편이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머스크는 현재 선박 716대, 코스코는 477대를 보유 중이다. 때문에 머스크의 경우 IMO 황산화물 규제와 관련해 저유황유 사용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머스크, 코스코, CMA-CGM과 함께 글로벌 ‘빅4’에 속하는 MSC의 경우 스크러버 설치로 기본 전략을 짰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계 입장에선 이번 IMO 규제 강화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며 경쟁력을 갖춘 현대상선에겐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환경이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선사들보다 비교적 작은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스크러버 설치 비용 역시 상대적으로 낮아 유리하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오는 2012년까지 2만3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급을 포함한 선박 20척 인도를 앞두고 있는 현대상선은 IMO 규제 강화에 맞물려 운임비 경쟁력을 글로벌 선사대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선사들이 선택한)저유황유 연료 가격은 IMO 규제 시작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글로벌 선사들과 운임비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반의 공급과잉 해소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업체들이 이번 IMO 규제 시작에 맞춰 연비가 낮은 노후 선박의 폐선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벌크선 가운데 20년을 넘은 노후 선박 비중은 6.4% 수준이다. 내년부터 반등을 노리고 있는 현대상선 입장에선 또 하나의 기회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 해소에 따라 운임 인상 등을 기대해볼 수 있고 주로 노후 선박들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선박들이 많은만큼 새로운 장기운송계약 기회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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