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인천재능대 총장)은 “전문대학에 대한 정책적 차별이 유지되는 한 직업교육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지원과 대학구조개혁에서 전문대학이 일반대학보다 불리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정 경쟁이나 청년실업 해소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교육부가 지난 9월 확정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를 그는 ‘전문대학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은 전국 136개 전문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다.
이 회장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문대교협 회장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는 전문대학 홀대를 넘어서 ‘전문대학 죽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한 대학구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전문대학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정책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 “교육부 대학진단, 전문대학에만 희생 강요”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지난 9월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진단) 결과는 ‘대학 살생부’로 불릴 만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진단 결과 하위 36%에 포함된 116개 일반·전문대학은 교육부 권고에 따라 2019학년부터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하며 국고지원에서도 제한을 받는다. 상위 64%인 207개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돼 정원감축을 면제받으며 내년부터 교육부로부터 연간 5688억원(2019년 예산안 기준)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
“교육부 대학진단은 교육정책의 중요 가치인 형평성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학진단은 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을 전제하고 있어 모든 대학이 사활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문대학도 일반대학과 같이 75%인 100개교가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돼야 합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한 대학구조개혁정책에서 전문대학이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한다. 올해 대학 입학정원을 2013년과 비교해 봐도 정부 주도의 정원감축이 전문대학에 편중됐다는 불만이다.
“일반대학 입학정원은 2013년 34만1364명에서 2018년 31만5078명으로 2만6286명(7.7%) 줄어든 반면 전문대학 정원은 같은 기간 19만9579명에서 16만9030명으로 3만549명(15.3%) 축소됐습니다. 전문대학 정원감축률이 일반대학의 약 2배 수준입니다. 전문대학이 교육부가 제시한 정원감축 목표를 127% 초과 달성했지만 이번 대학진단에서는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 “전문대학 예산, 일반대학의 5분의 1 불과”
교육부의 재정지원에서도 전문대학은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해 전문대학에 투입된 교육부 예산은 3227억원에 그쳤다. 4년제 일반대학에는 이보다 5배 많은 1조6533억원이 투입됐다. 교육부가 일반·전문대학에 지원한 1조9760억원 중 일반대학에는 83.7%가, 전문대학에는 16.3%가 배정된 것이다.
“최대 50만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적 낭비를 막기 위한 해답은 직업교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과정 개발이나 첨단기자재 확충 등을 위해서는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의 균형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2017년 기준 일반·전문대학의 입학정원은 46만8900명으로 이 중 전문대학이 36.7%(17만2221명)를 차지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소한 대학 예산 중 30% 이상은 전문대학에 지원해야 합니다.”
이 회장은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대학이 청년 실업문제 해소와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정부 재정지원과 대학진단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전체 실업자 중 전문대학 졸업자 비율은 15%를 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전체 실업자 수는 11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졸자가 40.6%(45만5100명),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는 35.8%(40만2000명)를 차지했다. 전체 실업자 중 전문대학 졸업자는 13%(14만5700명)로 일반대학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3년 뒤부터는 대학의 미충원 규모가 9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의 대규모 줄도산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문대학도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학령인구가 2020년에는 50만명으로, 2030년에는 44만명으로 급감합니다. 대학정원 미달사태가 본격화화면 지방 소재 전문대학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문대학은 다른 지역에서 신입생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전문대학 졸업생 중 82%가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합니다. 지역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전문대학의 생존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합니다.”
이 회장은 일반대학이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대학 학과(전공)를 그대로 베끼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전문대학이 운영해 온 △물리치료과 △치위생과 △방사선과 △실용음악과 △조리과 △뷰티·미용·메이크업과를 설치한 일반대학은 2015년 61개교에서 2017년 125개교로 2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치위생과나 방사선과 등 전문대학에 특화된 학과는 2년만 공부해도 취업할 수 있는 전공이지만 이를 일반대학이 카피해가면서 교육기간을 4년으로 늘렸습니다. 이는 전문대학이 그동안 직업교육을 잘 해왔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이지만, 일반대학이 학부모·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반대학에서 4년간 공부한 뒤 취업한다고 해도 해당 전공분야에서의 처우는 전문대학 졸업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이 회장은 1967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교육부 차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당시 교육부 장관을 지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를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으로 평가했다.
이 회장은 2006년 3월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으로 퇴직하면서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인천재능대 총장으로 취임, 12년째 재직 중이다. 고졸 신화를 써온 그에게 ‘청년들에게 전할 조언’을 주문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실패를 겪지 않게 하는데 온 열정을 기울입니다. 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개입 속에서 성장한 청년들은 실패나 부침을 겪지 않고 성장한 탓에 문제해결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실패에 직면해도 스스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청년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실패를 통해 문제해결력을 쌓아야 본인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장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48년 경남 거제 출생 △부산고 △교육부 총무과장 △교육부 공보관 △부산시교육청 부교육감 △교육부 지방교육행정국장 △교육부 기획관리실장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국무총리비서실장(차관급)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현 인천재능대총장 △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