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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이자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161890)를 이끄는 윤동한 회장은 독서를 ‘사골 국’에 빗대어 말했다. 여러 번 곱씹고 오랜 시간 독서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대표적인 독서광 기업인이다. 하루 한 번, 일주일에 두 권 이상 책을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그는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여섯 번,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일곱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기에 독서를 멈출 수 없다고 윤 회장은 주저함 없이 말한다. 윤 회장은 경영에도 독서를 활용한다. 매년 독후감 6개 이상을 제출해야 한국콜마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는 식으로 독서를 장려하고 있다.
◇존경하는 인물의 가치 실천
윤 회장은 독서광인 동시에 역사학자다. 그는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 역사인물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역사서가 빼곡한 윤 회장의 집무실은 그의 성격을 대변한다.
윤 회장이 평소 존경하는 역사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이다. 그는 이순신을 훌륭한 장군이자 종합경영인으로 평가한다. 이순신 장군이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연구개발(R&D)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판옥선을 개조해 거북선을 만들고, 주변 인물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아울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과 포구마다 양곡, 생선, 소금 등 서로 다른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군량과 무기를 만들어 낸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에 감탄을 표했다. 이순신 장군을 향한 존경심은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윤 회장은 지난해 2월 이순신 장군의 자(子) ‘여해’(汝諧)를 본떠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했다. 또 이순신 연구로 유명한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과 함께 서울여해재단에서 ‘이순신 학교’ 강의를 개설해 기업인 대상으로 이순신 장군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이순신 장군의 가치를 실천한 산실이다. 윤 회장은 평소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R&D를 독려했고, 그 결과 한국콜마의 누적 특허는 700건을 넘어섰다. 로레알 그룹이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들이 한국콜마를 찾는 배경이다.
◇‘기업가 문익점’에 빠진 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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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이 문익점에 주목한 배경이다. 목화씨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국내에 전파하기로 한 결심과 위험을 분산한 탁월한 경영능력에 매료된 것이다. 문익점은 혁신형 기업가로 목화 씨앗을 직접 재배하고 이를 위해 기계를 발명하는 등 ‘의류혁명’이라고 불릴만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겨울 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백성들은 목화 재배 이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윤 회장은 이 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엿보았다.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한 혁신. 그것이 윤 회장이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이며 문익점에 빠져든 또 다른 이유다. 최근 윤 회장이 문익점 관련 책을 출간하며 ‘기업가 문익점’이란 제목을 붙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문익점은 목화씨를 이 땅에 들여와 혁신과 창조의 기틀을 닦았다. 또 그저 보급만 한 것이 아니라 유력 가문에 나눠 전국에 퍼지도록 했다”고 문익점의 남다른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했다.
윤 회장의 한국콜마는 문익점의 목화씨와 닮은꼴이다. 목화씨가 의류혁명을 몰고 왔다면 한국콜마는 화장품 산업의 혁명을 이끌었다. 한국콜마 이전 국내 화장품 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콜마가 화장품의 기획과 개발, 완제품 생산과 품질관리까지 제공하면서 ‘카버코리아’나 ‘스타일난다’ 등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K뷰티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었다.
그는 화장품 부문의 혁신을 제약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최근 CJ헬스케어를 인수했다. 그동안 한국콜마 매출의 절반은 화장품 부문에서 나왔다. 나머지 매출은 제약과 건기식 부문이 각각 25%씩 기여했다. 윤 회장은 CJ헬스케어를 품에 안으며 화장품과 제약을 두 개의 축으로 한국콜마의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특히 화장품과 제약 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예컨대 로션과 크림 등이 피부에 잘 스며들게 하는 화장품 기술을 피부 연고제에 적용하는 식이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의 성장 동력은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등 영역을 넘나드는 ‘융·복합기술’이 될 것”이라며 “한국콜마의 제약 생산 개발 역량과 CJ헬스케어의 신약개발 역량 및 인프라를 융합해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다. 그는 1947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농협중앙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75년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대웅제약을 퇴사한 뒤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해 지금까지 경영해오고 있다. 올해의 최고경영자 대상(2010년), 올해의 최고경영자 인재경영부문 대상(2011년), 국민훈장 동백장(2014년), 올해 최우수 기업가(2018년)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