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먹고 살 만한 산업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2.6% 이상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1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를 달성하는 것도 위험해 보이고, 내년은 더 하락해 2.3%에 그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와 한국은행이 ‘성장세’ ‘회복세’를 거론할 때, 이와 반대로 이같은 ‘우울한’ 전망을 했다. 그는 최근 한은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올해와 내년 각각 2.7%)를 두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 이후 경기 예측은 김 교수 쪽으로 다소 기울고 있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둔화’를 처음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시장도 내년 2% 초중반대 성장을 점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둔화 국면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2.1%로 본다”고 했다. 내년 하반기는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워낙 낮았던 기저효과 때문에 다소 반등하겠지만, 그래도 2.5%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예상이다. 내년을 통틀어 2.3%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성장의 첨병인 기업이 몸을 움츠린 탓이다. 김 교수는 “산업계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아지고 있다”며 “중국이 메모리반도체를 양산해 자체 조달하기 시작하면, 반도체 수출마저 주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기존 산업 중에서도 디테일하게 봐서 경쟁력이 있는 건 살려야 한다”며 “반도체 내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미미한) 지능형반도체와 차세대반도체의 경우 정부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개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신산업 쪽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전무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간이 이미 돈이 된다고 판단해 도입하고 있는 신산업은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며 “대표적인 게 금융권의 블록체인 도입”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건 정부가 도와야 한다”며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은 인력 자체가 없다. 중국과 기술력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을 향해서도 “다른 분야보다 산업계 상황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