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가을 환절기에는 호흡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감기를 주의해야 한다. 단체생활로 감기를 달고 살거나 콧물, 코막힘, 후비루 등 감기 증상이 계속해서 심해지면 중이염, 축농증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콧물이 오래 가면 코 안이 만성적으로 붓고 코 막힘이 잦아 이관기능이 떨어지고 귀의 압력이 불안정해지면서 중이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백건 평촌 함소아한의원 원장은 “단일기도이론(unified airway)으로 보면 호흡기는 같은 점막으로 덮여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코에 생긴 염증은 다른 곳으로 파급되기 쉽다. 중이염은 만 3세 미만 아이들의 75%가 한 번씩은 앓고 지나갈 정도로 발병률 자체가 높은 질환이다. 따라서 요즘같이 감기가 잦은 계절에는 중이염 발병률이 높고 오래갈 뿐 아니라 항생제의 복용기간이 길어지고 심하면 수술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들의 걱정이 늘어난다” 고 말했다.
중이염은 감기에 걸린 후 증상이 없어질 때쯤 열이 나거나 귀에 통증이 오며 증세가 나타나고 또는 감기에 걸리면서 같이 오기도 한다. 아이가 감기 증상과 함께 발열이 있고 귀를 잡아당기거나 비비는 증상을 보이면 중이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하면 귀의 통증과 함께 아이의 청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돼 TV 볼륨을 높이거나 엄마의 말을 잘 듣지 못하고 산만해질 수도 있다.
중이염은 고막 안쪽에 염증이 생겨 귀의 통증, 불편한 느낌, 발열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임상적으로는 중이강 내에 맑거나 탁한 액체가 고이는 삼출성 중이염과 중이의 삼출물과 함께 고막이 충혈되고 부어 있는 급성 중이염으로 나눌 수 있다. 중이염의 원인은 감기나 비염이 오래 지속되어 면역기능이 저하되거나 또는 구조적인 이상이 있을 때 그리고 아기가 분유를 수유 중 일 때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대체로 이관의 기능적 장애와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이들은 귀 구조상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보통 중이염 발병 후 2주차에는 30-40%, 4주차에는 60%정도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 따라서 중이염으로 인한 청력손상과 수술에 대한 염려로 인해 무조건적으로 항생제로 중이염을 치료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 OECD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이 2.4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2017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에서 알 수 있듯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복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중이염 초반에 생길 수 있는 발열과 통증을 줄여주는 상비약 처방과 레이저, 적외선으로 염증 배출을 도와주는 호흡기 치료, 귀 주변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도와 통증과 붓기를 가라앉혀주는 침 치료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어린 아이가 맞을 수 있도록 혈자리만 가볍게 자극해주는 작탁침이나 자석침 등의 침과 뜸을 이용해 기혈을 자극하고 체내 기운 순환을 원활하게 돕는다. 또한 호흡기 점막의 염증 개선을 위해 다래추출물이 함유된 면역탕약을 처방하고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 이어포퍼(이완통기법)를 사용하여 이관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이염 예방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콧물, 코막힘 증상이 자주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 코가 건강하고 이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감기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휴식과 영양가가 풍부한 식단을 챙기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외출 시에 마스크나 스카프로 목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기들은 젖병이나 빨대컵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데 누워서 젖병을 빨거나 빨대로 물을 흡입할 때 콧물이 귀로 흘러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금 큰 아이들은 코를 풀 때 한쪽씩 번갈아 살살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백건 원장은 “중이염 치료 시 무조건 항생제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며 코와 이관뿐 아니라 호흡기 전반을 건강하게 회복시켜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중이염이 오래 가면 청력저하 및 유착성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이염이 잦은 경우에는 적절한 시기에 청력 검사를 받아가며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