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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 구멍뚫린 사립유치원…교육부 대책은 '게걸음'

신하영 기자I 2018.10.15 05:00:00

매년 2조원 누리과정 예산 투입되지만 관리·감독 부실
국고지원 확충 요구하면서 감사는 거부 이중행태 비난
“회계자료 없거나 수기로 작성…회계시스템 도입해야”
교육부 “빨라야 내년 하반기 도입”…학부모들은 분통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사립유치원에는 매년 2조원에 달하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시도교육청이 실시하는 감사 외에는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을 감시할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도입이 가능하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감시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4년∼2017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지만 전수조사 결과는 아니다. 각 시도교육청이 민원·제보 등을 토대로 자체 기준에 따라 진행한 감사결과다.

◇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조속히 도입해야”

전국적으로 4552개에 달하는 사립유치원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도입이 거론된다. 유치원의 회계부정을 수시로 감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전국 4985개 국공립유치원에는 이미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을 도입해 교육비 횡령 등 회계부정을 통한 비리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빈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체계가 부실하다”며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이 도입돼야 이런 점을 개선하고 학부모들도 교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또한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확보가 비리 차단의 해법이라는 판단 아래 회계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회계자료를 수기로 기록하거나 아예 회계자료가 없는 유치원도 있다”며 “회계시스템을 도입하면 관리·감독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은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사립유치원 책무성 강화를 위해 회계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 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회계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사전평가와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행 소프트웨어진흥법(제14조의 2)은 ‘국가기관이 소프트웨어사업을 추진할 땐 민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회계시스템 구축 전 일종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아교육종합정마스터플랜(ISMP)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하다.

지난 5월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관계자들이 ‘비리 유치원, 어린이집 명단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국고 지원 확충 요구하면서 감사는 거부

사립유치원의 심각한 비리 사례가 공개되면서 사립유치원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국고지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관리·감독은 거부하는 이중적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집단휴업을 강행하면서 휴업 철회 조건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을 제시했다.

한 유치원 학부모는 “지난해 사립유치원이 집단휴업 강행하면서 누리과정 지원비 인상과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등을 요구했는데 모두 이런 비리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박도형(42)씨도 “유치원 차량이 있음에도 체험학습 갈 때 차량운행비를 따로 받는 사립유치원도 있다”며 “아이들 교육보다 돈에 관심이 많은 유치원장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나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에만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으로 1조8341억원의 국고가 투입됐다. 사립유치원은 이 예산을 △누리과정 지원비(22만원) △방과후과정(7만원) △교사처우개선비(59만원) △학급운영비(25만원) 등으로 활용한다.

매년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가의 관리·감독은 부실하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약 3년을 주기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지만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일부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감사대상은 정부 보조금이 많거나 민원이 들어온 곳을 우선 선정한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3년간 어떤 지역은 관내 유치원의 절반이 넘는 곳을 감사한 반면 다른 곳은 10%도 못한 곳도 있었다”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기 감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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