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의 기업소통 행보가 난데없이 제동이 걸렸다. 오늘로 예정된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가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이에 김 부총리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없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에 이어 청와대와 김 부총리 간 불협화음이 또 다시 불거진 셈이다.
마치 정부가 재벌의 팔을 비틀거나 구걸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청와대 측의 걱정도 나름대로 일리가 없지 않다. 실제로 김 부총리의 방문에 맞춰 삼성의 투자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LG·SK·현대차·신세계 등 4개 그룹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기재부가 기업의 투자계획을 전달받아 발표했다.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유독 삼성 방문에만 문제 삼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혹시 삼성에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러한 행태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과도 동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도 참모진에게 “기업 애로를 해소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과의 소통을 주문한 바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 스스로 지난번 인도 방문 때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국내서도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은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난 데 대한 후속조치 성격이 짙다. 그런데도 다른 곳이 아닌 청와대에서 엉뚱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투자·고용 부진에 수출마저 둔화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세계 경제는 호조세인데 우리만 역주행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 못지않게 최저임금 과속인상, 근로시간단축 조치가 기업 환경을 압박하고 있다. 이럴 때 경제부총리가 현장을 찾아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권유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가만히 앉아 있다면 도리어 그게 문제다. 기업소통 행보를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구걸’이라고 폄훼하며 발목을 잡는 편향된 인식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