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소비층 감소 '묘수찾기'…식음료업계 "수출만이 살 길"

이성기 기자I 2018.02.08 05:45:00

생산라인 추가 구축, 수출선 다변화 등 해외 시장 공략 강화
오리온, 中서 ''제2 초코파이 신화'' 쓴다
농심, ''식품업계 반도체'' 신라면 수출 100개국 돌파
주류업계도 동남아·유럽 시장 확대 나서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성기 함지현 기자] “가뜩이나 마진율이 낮은 데다 현재 내수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5%를 넘기 힘든 영업이익률과 저성장 기조 고착화, 소비층 감소 등으로 업계 전반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였다.

국내 시장이 성장 한계 수준에 다다르자 식음료 업계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출 생산 라인을 추가하고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며 돌파구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꼬북칩’ 생산량을 배로 늘린 오리온(271560)은 올 상반기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 등에 각각 생산라인을 구축, 현지 스낵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올해 중국에서 20여 종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오리온은 꼬북칩 출시로 그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소비자 분석을 통해 생산량 확대 및 중국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며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해 제2의 초코파이 신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004370) 역시 식품업계 최초 누적 매출 10조원(2015년 말 기준)을 돌파한 신라면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세계 최대 유통사인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은 농심은 지난해 6월부로 미국 전역의 월마트 전 매장 4690여 곳에 신라면 입점을 완료했다. 이후 중소형 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 다양한 유통 채널 입점을 진행하고 있는 농심은 소규모 점포로까지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공급 비행 노선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전 항공사 기내식 공급 체계를 갖춘 농심 신라면을 기내식으로 공급하는 외국 항공사 수도 20곳을 돌파했다.

해외 법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직접 각국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수출 전선도 활발하다.

수출 1번지인 동남아 시장의 경우 유통시장이 발달한 대만·싱가포르 등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베트남·필리핀 등은 기존 대형 거래선을 바탕으로 전국의 할인점·개인슈퍼·전통시장 등을 공략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 ‘식품업계 반도체’로 불리며 대표 수출 제품으로 자리잡은 신라면은 업계 최초로 수출 100개국을 돌파하면서 한국의 매운 맛을 글로벌 시장에 전하고 있다.

삼양식품(003230) 역시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중국과 동남아 등 각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불닭볶음면 수출 비중은 중국이 50%(약 1000억원), 동남아시아가 30~35% (약 600억) 등이다.

중국에서는 불닭볶음면의 주 타깃층이 10~20대이라는 점에서 온라인몰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또 웨이보, 위챗 등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운영하고 왕홍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할 예정이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대부분 오프라인 구매가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프로모션이나 시식 위주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주류업계도 해외 맥주 시장 공략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해 12월 초 중국 상하이 지역을 시작으로 ‘피츠 수퍼클리어’ 현지 판매를 시작한 롯데주류는 시음회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점차 판매 지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는 중화권, 오세아니아 지역을 시작으로 미주 지역까지 점차 수출 지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달 캄보디아에도 ‘클라우드’ 수출을 시작하며 동남아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술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편”이라며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을 진행하며 동남아 지역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맥주 본고장 유럽에서는 최근 한국 맥주 판매량이 급증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인들이 하이트와 참이슬을 즐기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000080)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맥주 판매량 22만 상자를 기록,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꾸준한 성장세로 최근 5년간 판매 규모는 2배로 늘었다.

특히 현지 법인이 있는 러시아에서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주류 판매 허가를 취득한 2014년부터 교민 시장을 넘어 현지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7만 상자의 맥주를 판매해 전년 대비 93% 성장했다.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런던에 팝업 스토어로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유럽 현지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맥주 본고장 유럽에서 고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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