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만 있는 게 기업 돕는 것"…쓴소리 들은 이낙연·김동연

최훈길 기자I 2018.01.25 05:00:00

업계, 정부업무보고서 혁신성장에 쓴소리
카카오측 "스타트업 놔두는 게 돕는 것"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혁신은 기업 몫"
김동연 "공무원, 일하는 방식 바꿔야"

정부가 2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 주제로 정부업무보고를 실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반장식 일자리혁신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150여명이 참석해 2시간 30분 동안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업들이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혁신의 주체는 기업인데 오히려 정부가 나서 혁신의 싹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박종환 카카오 모빌리티 이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정부업무보고에서 “몇몇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정부가 가만히 스타트업(창업기업)을 놔두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관심을 가지면 대기업이 달려들고 스타트업의 싹이 죽는다,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해서 다 좋아하는 게 아니다’는 의미였다”며 “스타트업 쪽에선 ‘그냥 놔두라(leave me alone)’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6개 부처 장·차관과 당·청 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혁신성장 주제로 기업에 대한 지원책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이들 부처들은 △드론 △자율 주행차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에너지신산업 △핀테크 △초연결 지능화(빅데이터) 등을 핵심 선도사업으로 정해 공공조달을 확대하기로 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이슈별로 탄력적으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빠른 지원을 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발표를 한 자리에서 업계 측은 “그냥 놔두라”고 쓴소리를 한 셈이다.

한 기업인은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속도와 혁신은 기업의 몫이고 시장의 기득권을 조율하는 게 정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기업가 정신, 희망, 보상 시스템이 갖춰지면 기술 쪽에서 기업의 혁신이 잘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혁신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 기득권의 반대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측은 공무원의 일하는 태도를 문제 삼았다. 김동연 부총리는 “정부는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업계는 ‘가만히 놔두라’는 입장”이라며 “정부의 지원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간섭하기보다는 성장을 하도록 인프라 육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참석자는 “이날 가상화폐 관련된 논의 내용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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