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아니라는 ECB‥“여차하면 양적완화 다시 늘린다”(종합3보)

안승찬 기자I 2017.10.27 05:15:02

내년 채권 매입 600억유로→300억유로 축소
“경제 상황 나빠지면 채권 매입 다시 늘릴 수도”
드라기 총재 “충분한 경기부양책 여전히 필요”

/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2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말로 예정된 자산매입프로그램을 9개월 연정하고, 내년 1월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매달 300억유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ECB는 매달 600억유로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ECB는 경기 부양을 위해 단행하던 양적완화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 셈이다.

ECB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지금까지 2조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다. 채권을 사고 현금을 지급하면 시중에 돈이 많아지는 효과를 노린 정책이다. ECB가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완화적 정책을 줄이기 시작하는 ‘테이퍼링’이 시작됐지만, ECB는 “테이퍼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테이퍼링이 아니라 규모의 축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ECB는 양적완화의 규모를 언제든 다시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날 성명서에서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자산매입프로그램의 규모와 기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유지했다. 필요하다면 내년 9월 이후에도 채권 매입을 진행할 수 있고 규모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드라기 총재는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있지만 물가 상승을 위해 여전히 충분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면서 “상당한 규모의 채권을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나 긴축으로의 전환이 당장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극단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없다. 언젠가는 멈춰야 한다. 하지만 물가에 대한 걱정이 여전히 남아 있다. ECB는 올해 물가가 1.5%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목표치인 2%에 여전히 못 미친다. 드라기 총재는 “근원물가와 임금 상승에 고무적인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양적완화를 줄이면 유로화 가치가 너무 빨리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는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는 유로존보다 빠르다”라며 “미국과 유로존은 다른 상태”라고 강조했다. 유로화 상승을 의식했다는 뜻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ECB 내부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기 총재는 “만장일치로 내려진 결론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결국 절충점을 찾았다.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되, 다시 늘릴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대부분의 위원들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열린 형태(open-ended)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했다”면서 “불확실성을 반영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종료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ECB는 이날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현행 -0.40%와 0.25%로 묶는 등 금리를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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