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한다. 앨런 튜링이 1950년 논문에서 던졌던 물음이기도 하다. 서울대 공대생이 먼저 주목한 인기 교양과목 ‘컴퓨터와 마음’ 강의록이 바탕이다.
질 들뢰즈 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부쩍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인간다움에 대해 탐구한다. 그는 “우리는 AI시대를 말하지만 정작 관련 분야를 모르는 채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논하는 건 부질없다”며 “인공지능을 과도하게 의인화한 지레짐작이 공포를 퍼뜨렸다”고 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목표를 스스로 정하지만 인공지능의 목표는 인간이 정한다는 것. 인간지능이 능가할 수 없는 인공지능에 대해서가 아니라, 둘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새로운 작동 규칙을 스스로 생성하는 일 역시 저자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생명은 ‘버그’(결함)를 바탕으로 진화하지만 컴퓨터는 버그가 있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고장을 수리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한 단계 높은 층위의 컴퓨터 프로그램, 곧 ‘자의식’이 필요한데 이는 수학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기계는 과거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학습할 뿐, 그것을 뛰어넘을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저자는 창작활동에서 찾는다. 모두 예술가가 되라는 말은 아니란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는지가 강의의 목적이었다”면서 “창조적인 일은 인공지능의 몫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뺏을 수 없는 일,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우리 자신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속 ‘터미네이터’는 인간일까 기계일까란 물음에 답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핵심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에 귀결된다는 말이다. 책은 강의를 듣듯 편하게 읽힌다. 공학자나 정보기술(IT) 관련 종사자라면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