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일탈 행위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집권 여당으로서의 기강이 바닥에 떨어진 모양이다. ‘의결정족수 미달’ 사태의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송영길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찍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부적절한 행동 못지않게 해명도 황당하다.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제의 사진을 본 누리꾼이 트위터에서 “칠순잔치 오셨나”라고 조롱하면서 논란이 일자 “장수를 누리신 할머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기쁘게 보내자는 봉사자들의 뜻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가 끝내 한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신 김 할머니에 대해 ‘장수’ 운운하며 기쁘게 보내자니 도대체 제정신인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계산된 자살’ 발언 등 이미 여러 번 물의를 빚은 손 의원이 여론의 뭇매에 못 이겨 당초 해명을 수정한 해명을 또 내놨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게다가 당의 핵심 관계자가 “상가에서 ‘엄지척’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도 “당 차원에서 뭐라고 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토를 달 정도라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긴 당도 매한가지다. 다른 정당 의원이 그런 실수를 했더라도 이처럼 한가한 논평을 내놨을지는 불문가지다.
민주당은 지난주 국회 추경 본회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 미달 사태를 빚은 소속 의원 26명에 대해 경위를 조사하는 등 기강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당대표가 ‘당분간 증세는 없다’는 대선공약을 하루아침에 뒤집는가 하면 수해 속에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 도의원들을 제명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당사자가 사퇴하자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곧바로 면죄부를 주는 식이어서는 기강 확립은 공연한 입발림에 그치기 십상이다.
이러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첫해에 여당이 산적한 개혁 과제의 추진동력이 되기는커녕 걸림돌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당은 9년여 만에 정권을 되찾고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지속하자 기고만장한 나머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우려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여당으로서 신중한 처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