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8년 만의 우승, 그 기쁨의 크기는 엄청났을 것 같은데..
그냥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게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주변의 분들에게 고마움과 감동을 느낀 것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냥 예전에 클릭을 타면서 성적이 좋았을 시절의 그 느낌이 어디선가 묻어나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내 우승에 가장 기뻐한 건 내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기의 일처럼 무척이나 기뻐해줬다. 다들 예전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번의 우승을 너무 기뻐해줬다. 딸 루아가 달려와 안겨줄 때는 정말 뭉클했다.
아니다. 우승을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 예선만 해도 A조의 박진현 선수가 워낙 좋은 기록을 냈고 그 기록을 보면서 ‘내가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예선 주행을 시작하니 박진현 선수의 기록을 앞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예선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나서야 우승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생긴 게 전부였다.
Q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의 준비에는 문제가 없었나?
준비 자체는 대회에 나온 선수들이 다들 비슷한 것 같았다. 다들 시뮬레이션 데이 전날 전후로 차량을 받으면서 길들이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차량 수령을 하니 주행 거리가 단 14km였고, 송도 스트리트 서킷 주행을 시작할 때가 70km가 찍혀 있었으니 길들이기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얼라이먼트을 손보고 주행을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대회 준비 중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주행 전에 에어백 퓨즈를 뽑았는데 트랙션 컨트롤도 해제되길래 ‘서킷 주행을 감안해서 이렇게 만들었네?’라는 생각을 하고 대회 측에 그 사실을 전달했다. 그리고 대회 측에서는 모든 선수들에게 퓨즈를 뽑고 주행하라고 공지를 했다.
그런데 막상 에어백 퓨즈를 뽑고 주행을 하니 에어백과 트랙션 컨트롤이 비활성화 됨과 동시에 브레이크 쪽에도 문제가 생겼다.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가 밟히지도 않는 경우가 생겼다. 이 때문에 몇몇 선수들이 충돌 사고를 겪으며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다들 이유를 몰랐는데 알고 보니 에어백 퓨즈를 제거한 결과였다.
다행히 현대 측에서 빠른 대응을 해줬다. 해당 문제를 현대 측에 전달하니 현대에서 곧바로 에어백 퓨즈를 뽑아도 ABS 쪽에 문제가 없도록 업데이트해줬다. 덕분에 모든 선수들은 에어백 퓨즈를 뽑아 에어백의 개입을 방지하고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한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긴박한 일정이었는데 현대 측에서 빠르게 대응해줘서 모두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선수로서 아반떼 스포츠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일단 세단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활용성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정말 잘 만든 차량이라 생각되는데 일부에서는 조선 86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정통 후륜 구동 차량은 아니지만 수준 높은 드라이빙이 가능한 ‘잘 달릴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춘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경험했던 기아 K3를 비롯해 현대 아반떼MD 등 KSF 원 메이크 레이스 차량으로 사용된 차량들과 확실한 차이가 느껴진다. 특히 움직임의 완성도가 높다. 기존의 차량들이 토션빔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아반떼 스포츠는 멀티링크를 사용해 움직임의 완성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특히 조향에 대한 차량의 반응이나 후륜의 추종성이 우수해 불필요한 조작도 적어졌다.
이미 많은 언론이나 블로거 등 다양한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내렸던 것처럼 순정 아반떼 스포츠도 무척 잘 만든 차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걸 현대자동차에서 주도적으로 원 메이크 레이스 사양으로 개선을 했으니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번 R-Tune 프로그램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Q R-Tune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최근 KSF의 R-Tune를 살펴보면 현대/기아자동차의 순정 차량에 애프터마켓 제품을 그냥 장착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순정 서스펜션 시스템에 다운 스프링만 장착하는 튜닝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R-Tune 프로그램은 마치 과거의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 시절의 R-Tune을 떠올리게 한다.
차량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튜닝 프로그램을 마련했던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차량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집단이 튜닝 범위를 설정하고 해당하는 부품을 합리적인 가격과 구성으로 제공했다. 공인 포함된 비용이 약 400만원 대 중반인데 개인적으로 무척 합리적이고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존재는 없듯 아반떼 스포츠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 전륜 구동이기 때문에 앞쪽이 무거운 특성이 존재하는 점은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차량의 밸런스에 영햐을 받아 주행 중에 차량의 앞쪽이 크게 출렁거리는 경우가 간간히 발생한다. 운전자 입장에서 전륜의 감쇄력이 조금 더 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롤케이지와 R-Tune 마감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경기 중에는 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평소 헬멧 없이 일상 주행을 느끼기에는 롤케이지지가 시트의 공간을 침해한다. 이런 배치 위치의 문제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 롤케이지와 후두부가 충돌하며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염려가 뒤따랐다. 레이스는 물론 일상 주행을 겸하는 분이라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롤케이지에 쿠션을 덧대는 것을 권하고 싶다.
롤케이지 외에도 몇 가지 아쉬움 또한 존재한다. 17인치 휠과 타이어가 아닌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선택한 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브레이크 호스에 대한 우려가 있다. 현재 장착되어 있는 일상 주행 중 쓸림이나 꺾임 등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만약의 사태로 이어지기 전에 빨리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브레이크 부분도 좀 아쉬움이 있는데 패드와 캘리퍼가 모두 수출형을 사용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부품 수급마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승을 했지만 이걸로 시즌의 목표가 바뀌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어느새 습관적으로 혹은 아무런 의미 없이 차를 타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클래스의 다른 선수들은 모두 우승을 위해, 기록 경신을 위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혼자서 아무런 의미와 목적이 없이 타고 있었으니 성적도 곤두박질 치는 게 당연하고 또 재미도 없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은 신윤재로서 그 동안 놓쳤던 그 어떤 것, 그리고 극복하지 못했던 벽을 뛰어넘어 조금 더 잘 달리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을 뿐이다. 물론 성적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를 다듬을 필요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오르고 미디어 노출이나 활동도 늘어날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되면 저 역시 더 많은 투자에 나설 것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서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낳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