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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줌의 재로 돌아간 리콴유의 리더십

논설 위원I 2015.03.30 03:00:00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어제 장례식 보도를 접하며 반사적으로 우리의 정치적 리더십을 생각하게 된다. 부존자원도 없는 신생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집권 30년 만에 ‘일류국가’로 끌어올린 견인력이 바로 그의 확고한 리더십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반면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으로 불리던 우리는 현재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게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의 리더십은 열렬한 국민적인 지지도에서도 확인된다. 어제 국장이 진행되는 동안 쏟아진 폭우 속에서도 시민들은 “굳바이, 리콴유”를 외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가 나라를 세우며 겪었을 수많은 ‘폭풍우’를 생각하면 이만한 빗줄기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시민들의 언급이 귓전을 울린다. 그가 지난 23일 서거한 이래 분향소를 찾은 국민도 140만명 이상에 이른다. 전체 560만명 인구에서 네 명에 한 명꼴이다.

리콴유 전 총리 / (사진=연합뉴스)
물론 그가 남긴 유산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거리에서 껌을 씹어도 벌금에 처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태형에 처해질 정도로 엄격한 규율이 국민을 억누른 측면이 없지 않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 달러를 넘으면서도 행복지수에서는 낮게 평가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도 리콴유 개인에 대한 지지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에 비해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도는 여지없이 땅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말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도 자기 보신이 먼저다. 포퓰리즘과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책임 정치가 실종된 게 벌써 오래 전이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고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하나의 사례다.

리콴유의 지지기반은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검소하게 살았고, 마지막 유언조차 “내가 세상을 떠나면 살고 있는 집을 헐어 버리라”는 한마디였다. 특히 부정부패를 엄격히 다스렸으며 정실을 배제하고 투명한 원칙에 의해 능력주의를 펼쳤다. 다민족 사회라는 취약성을 넘어 국가통합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그는 어제 이생에서의 영욕을 마감하고 화장장에서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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