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전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업주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조차 허점 투성이다. 지나친 사업장 배려로, 사실상 무용지물인 제도라는 지적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전일제 근로자의 시간선택제 전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가 신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하면서 질 낮은 일자리 양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착을 위해 기존 제도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전일제 근로자가 육아휴직 대신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로 근로시간을 줄여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사실상 시간선택제 일자리인 셈이다. 기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유도할 수 있고, 여성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해 볼만한 제도이다.
지난 10월부터는 근로자 급여 지원이 통상임금 40%에서 60% 수준으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월 통상임금 200만원인 부모가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25시간으로 줄일 경우 근무시간에 비례해125만원을 사업주로부터 받게 되고, 고용센터에서는 통상 임금의 60%인 120만원 중 줄어든 근무시간에 비례해 45만원을 지급한다. 근로자는 총 17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9월말 현재 이용자 수는 793명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가 무조건 허가해야 하는 육아휴직과 달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녀평등고용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의2에 따르면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하거나,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신청을 허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운영에 대한 중대한 지장이라는 정의조차 모호한 실정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기존의 제도조차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운영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사업주가 증명해야한다”면서 “불합리한 이유로 이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