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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삼성 프리 프라이데이'는 언제쯤

김혜미 기자I 2014.10.15 06:01:00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매주 금요일 오후 뉴욕 맨해튼 5번가와 6번가 사이에 위치한 뉴욕현대미술관(MoMA)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관객들로 북적인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 ‘프리 나이트(Free Night)’ 행사이기 때문이다.

성인 입장료 25달러(약 2만6548원)는 사실 여행객에게 싼 편은 아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프리 나이트 시간에 맞춰 미술관을 찾는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별 헤는 밤’ 같은 명작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뉴욕의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예술공연장에서는 이처럼 특별한 날을 지정해 누구나 무료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휘트니 미술관은 금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올해 새로 개관한 9·11 추모박물관은 화요일 오후 5시부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뉴욕의 종합예술센터로 잘 알려진 링컨센터도 매주 목요일 여러 건물중 하나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아트리움에서 오후 6시부터 무료 음악공연을 진행한다. 사실상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이들 무료 프로그램은 대부분 특정 기업 이름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뉴욕현대미술관은 정확히 말하면 ‘유니클로 프리 프라이데이 나이츠(UNIQLO Free Friday Nights)’이고 링컨센터 무료 공연의은 ‘타깃 프리 썰스데이(Target Free Thursday)’다. 9.11 추모박물관도 기업 후원으로 화요일에 무료 입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식 명칭은 후원을 하는 기업 이름에서 따 왔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뉴욕현대미술관의 프리 나이트 프로그램 후원을 시작했는데 당일 미술관 통로에는 유니클로 기업명이 크게 노출되고 티켓에도 유니클로가 인쇄돼 있다. 이 미술관은 지난 2004년 처음 무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연간 300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입장료를 계산하면 연간 7500만달러, 한화로 약 804억7500만원 정도 연간 입장료 수입을 유니클로가 부담하는 셈이다.

타깃의 경우는 좀더 다양한 문화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타깃은 링컨센터의 목요일 무료 프로그램 외에 브루클린 뮤지엄의 첫 번째 토요일 무료 프로그램 후원을 진행중이다. ‘프리 썰스데이’ 당일에는 공연 시작 전과 끝난 뒤 타깃 광고가 노출되고 평소에도 작은 전광판에 ‘타깃 프리 썰스데이’가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들이 적잖은 비용을 투자해 뉴욕에서 문화사업 후원에 나선 뒤 얻는 효과는 금전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뉴욕 문화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뉴욕 거주자들, 즉 뉴요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뉴욕현대미술관이나 링컨센터가 그동안 쌓아 온 이미지와 명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으며 기업 고객 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유니클로의 경우 모기업 패스트 리테일링이 일본계 기업이지만 전체 전시를 후원해 자연스레 뉴욕 문화에 녹아들고 있다. 인근 유니클로 스토어에서는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이 그려진 티셔츠 등을 판매하고 있어 미술관에 들렀다 자연스레 유니클로 매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한국 기업들도 뉴욕에서 문화 마케팅에 나서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미술관 내 전자제품을 협찬하거나 한국과 관련된 상시 전시회를 후원하는 정도에 그친다. 언젠가 뉴욕의 한 미술관에서 한국 기업 명칭이 새겨진 티켓도 볼 수 있다면, 하는 작은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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