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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 교황의 4박5일…30분씩 쪼갠 빡빡한 일정

양승준 기자I 2014.08.13 07:02:00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주요 일정
"아시아 청년에 희망 전하고
세월호 유가족 슬픔 보듬어"

그래픽=이미나 기자 mina8747@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약 100시간. 프란치스코(79) 교황이 한국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자 등을 만나기 위해 머무는 시간이다. 14~18일 4박5일 동안 소화하는 공식 행사만 16건. 약 30분 단위로 짜인 빡빡한 일정이다. 강행군 속에 여든을 앞둔 교황은 서울과 대전 등을 수시로 오가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첫날…박근혜 대통령·염수정 추기경 등 면담

한국시간으로 14일 오전 10시 30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전용기(알리탈리아 항공)를 타고 출발할 교황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 지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 등 30여명의 주교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공항에 내려서는 바로 숙소로 이동한다. 청와대 인근 서울 궁정동에 위치한 주한교황청대사관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에 왔을 때 머문 장소다. 공식 일정에 있는 두 번의 오찬을 빼면 모두 이곳에서 밥을 먹는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정오께 개인 미사를 본다. 비공식이지만 한국에서 집전하는 첫 미사인 셈이다. 대사관 1층에 작은 성당에서 한다. 미사에 참석하는 청소부 등 시설관리인도 참여한다. 교황은 이들에게 교황 문장이 새겨진 묵주를 선물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 날도 이날이다. 교황은 오후 3시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얘기를 나눈다. 끝나면 한국의 공직자들 앞에서 연설도 할 예정. 이 일정을 마치면 서울 중곡동에 있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나러 간다. 정진석·염수정 추기경과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 등이 참석한다. 한국천주교회는 교황청과 교황의 방한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주교회의 건물이 좁아 한국주교단과의 만남 장소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교황이 자처했다. “한국의 주교들이 일하는 장소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둘째날…아시아 청년들·세월호 유가족 등 만나

15일에는 대전으로 간다. 헬기를 타고 이동해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오전 10시 30분에 도착한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은 성모마리아의 승천을 기념하는 날인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위해서다. 일반 신자들과 만나는 첫 공식 자리다. 이곳에는 6만여명의 신자가 몰릴 예정. 소프라노 조수미(세례명 소화 테레사)와 가수 인순이(세례명 체칠리아)도 참석한다. 조수미는 ‘아베마리아’와 ‘넬라 판타지아’를, 인순이는 ‘거위의 꿈’ 등을 불러 자리를 빛낸다. 교황은 미사가 끝난 후에는 제의를 갈아입는 제의실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만난다.

다음 일정은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자 대표 20명과의 점심이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아시아의 가톨릭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다. 교황이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에너지를 가져오는 이들이지만 우리 시대의 도덕적이고 영적인 위기의 희생자들이기도 하다”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이 뜻깊은 자리에는 아시아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세례명 키아라)도 참석한다.

오후 5시30분에는 솔뫼성지로 향한다.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교황은 여기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 6000명을 만난다. 아시아 젊은이들이 겪는 고민을 듣는 자리다. 한국·캄보디아·홍콩 청년 셋이 교황에게 질문을 할 예정. 교황은 청년들과 함께 이 시대 교회가 할 역할이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한다.

▶셋째날…광화문 시복식·음성 꽃동네 소외된 이들과 만남

16일은 서울 서소문로 서소문순교성지 방문으로 오전 8시 55분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중 27위가 순교한 장소다. 서소문 순교성지를 참배한 뒤 바로 윤치충 바오로 등 124위의 시복식 장소인 광화문으로 향한다. 시복식 미사에 앞서선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1.2㎞ 구간에서 오픈카에 탑승해 광화문 광장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시민과 만난다. 교황이 방한기간 중 참석하는 행사 가운데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다. 초청장을 받은 천주교 신자 20만명을 비롯해 약 5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추산된다.

시복식이란 순교한 천주교 신자를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선포하는 일이다. 교황은 가로 7m, 세로 1.5m, 높이 0.9m의 제대 위에서 오전 10시에 미사를 집전한다. 제대 오른쪽에는 성모와 아기 예수가 한복을 입고 있는 ‘한국사도의 모후상’이 놓인다. 교황이 염수정 추기경과 파롤린 추기경과 함께 성호를 긋고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을 하면 본격적인 시복예식이 시작된다. 교황은 여기서 순교자 124위의 시복 선언을 하게 된다. 시복예식 후 교황의 강론도 잡혀 있다.

시복식이 끝나면 교황은 오후 4시 30분까지 충북 청구교구 관할인 음성군 소재 꽃동네 희망의 집으로 이동한다. 낙태된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 태아동산에서 기도도 한다. 팔도 없고 다리도 없지만 뜻깊은 삶을 사는 성 황석두 루카 외방선교회 소속 이구원 선교사와도 만난다. 오후 5시 15분부터는 꽃동네 사랑의연수원에서 한국 수도자 5000명을 만난다. 오후 6시 30분부터는 꽃동네 사랑의 영성원에서 평신도 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과도 만난다. 교황은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와 아르헨티나 꽃동네 분원 설립으로 즉위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넷째날…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17일은 대부분 충남 서산시 해미에서 보낸다. 이 지역은 한국에서 순교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다. 교황은 오전 10시에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60여명의 아시아 주교들을 만난다. 8인의 추기경평의회의 일원인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의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주교 등 90명의 아시아 주교들과 만나 연설을 한다. 주교단과 점심을 함께한 후 오후 4시 30분 해미읍성에서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한다. 혜미읍성 서문 옆 제단에서 이뤄진다. 서문은 ‘천국으로 가는 문’이라고 불린다. 천주교를 박해했던 조선시대에 약 1000여명의 신자들이 이곳에서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마지막날…7대 종단 지도자·위안부 할머니 등과 만남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오전 9시 서울 명동성당 내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난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서정기 성균관장, 천도교 박남수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이 참석한다. 오전 9시 45분부터는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연다. 한국에서 갖는 마지막 미사이자 공식 일정이다.

교황은 여기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들도 참석한다. 사회 약자들이 다양하게 모이는 자리다. 교황은 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슬픔을 보듬는다. 미사를 마친 교황은 오후 12시 45분에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마친 후 오후 1시에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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