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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방송통신 개혁법 처리..슬림 통신제국 `흔들`

이정훈 기자I 2014.07.06 10:04:21

상원서 마라톤회의 끝 가결..하원 의결후 확정
방송통신 경쟁허용..장거리통화 무료화 1.5조 절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멕시코 상원이 6개월간의 법적 공방과 계속된 표결 지연 이후 끝내 통신과 방송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통신시장과 방송시장의 6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이끄는 아메리카 모빌(America Movil)과 텔레비사(Televisa) 등이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방송통신 개혁법안을 추진해온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은 밤을 새는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표결을 통해 찬성 80표, 반대 37표로 300개 이상의 조항이 담긴 방송·통신 개혁법안을 가결했다.

앞으로 하원 의결과 엔리케 페냐 니에트 대통령 재가 등이 남은 상태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최종 확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법안이 확정될 경우 멕시코의 방송과 통신산업에는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아메리카 모빌이 소유하고 있는 텔셀(Telcel)사는 멕시코 이동통신 사용자 10명 가운데 7명을 독식하고 있고, 텔레비사 역시 66%에 이르는 점유율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멕시코 통신정책과 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 통신시장은 경쟁 부재로 요금이 지나치게 높고 초고속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 투자와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멕시코 경제가 부담하게 되는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인 연간 250억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방송과 통신 개혁을 추진해온 니에토 대통령은 이를 통해 멕시코 경제체질 개선과 경쟁을 통한 산업 성장,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원이 가결한 법안대로라면 앞으로 아메리카 모빌은 자사가 보유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경쟁사들과 공유해야 하며 통화에 따른 수수료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또 모든 통신사들은 내년부터 국내 장거리 통화 이용을 무료화해야 한다. 정부는 이로 인해 멕시코 국민들이 한 해 200억페소(약 1조5150억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텔레비사는 광고주에 상관없이 모든 광고요율을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앞으로 선정될 2곳의 신규 TV 채널에 대해서도 자사 방송 네트워크를 개방해야 한다. 그밖에 케이블 사업자는 무료로 모든 방송 컨텐츠를 재전송해야 하며, 디시 멕시코와 같은 위성방송 사업자는 50% 이상의 재전송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독점사업자로 지정된 아메리카 모빌과 텔레비사 등은 정부 기관으로부터 사전 승인없이는 고객들에 대한 홍보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같은 법을 위반할 경우 멕시코 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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