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기차에 몸싣고 동해 비경속으로…'바다열차'

강경록 기자I 2014.07.01 07:06:00

국내 최고의 관광열차

동해 묵호항 인근 철길 바로 옆 정자에서 바라본 바다열차의 모습. 국내 유일의 바다 경관 조망 관광열차인 바다열차가 동해의 푸른바다와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묵호항을 지나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강릉의 ‘강릉역’. 관광열차인 바다열차에 올랐다. ‘뿌~웅~’. 중저음 기적을 울리며 열차는 떠날 채비를 마쳤음을 알린다. 열차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천천히 여름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시가지를 탈출하는 순간 속도를 높인다. 창 너머로 푸른 바다와 황금빛 백사장이 펼쳐진다. 탑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내지른다. 2007년 8월 첫 운행을 시작한 바다열차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관광열차로 등극했다. 관광지가 산재한 동해안의 명소를 들르는 노선도 그렇거니와 객실 내 전 좌석을 측면으로 배치해 동해의 넘실거리는 드넓은 백사장을 감상하게 한 점에서도 그렇다. 강릉을 떠난 열차는 동해와 삼척으로 이어지는 56㎞의 철로를 뉘엿뉘엿 해 넘기듯 달린다. 동해안의 비경 앞에 내지르듯 달리기엔 용기가 부족한 터. 열차 탑승객의 가슴엔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백사장의 뛰어난 경관이 추억으로 남아 한때의 낭만으로 새겨질 것이다. ‘낭만과 추억’이란 키워드가 비슷한 바다와 열차의 궁합이 그러했다.

바다열차를 타고 동해와 드넓게 펼쳐진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들. 여행객들은 통창을 마주 보고 가득 펼쳐지는 동해를 정면으로 품을 수 있다.
◇500억원 이상 경제효과 낸 국내 최고 관광열차

강릉역에서 출발하는 바다열차는 정동진역∼묵호역∼동해역∼추암역∼삼척해변역을 거쳐 삼척역에 도착하게 된다.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가량. 기차여행 중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 해변을 거닐다 되돌아오는 열차를 타면 된다. 묵호역이나 동해역에서 일반 열차로 갈아타고 부산이나 서울로 가도 된다.

바다열차의 인기는 그동안 이용한 승객 수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까지 이용객이 75만명을 넘어섰고 약 5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냈다. 특히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열차로 소개되면서 동남아 관광객이 즐겨 찾는 여행코스로도 자리 잡았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올해 1월 객차를 새로 단장했다. 새로 단장된 바다열차는 기존 3개 객차에서 4개 객차로 한 량 늘었다. 1, 2호 칸은 각각 30석, 36석의 특실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6석의 프로포즈실로 구성돼 있다.

추가된 열차에는 24석의 가족석과 24석의 이벤트실, 나무로 고급스럽게 꾸민 스낵바, 바다의 생생함이 살아 있는 포토존 등이 마련됐다. 승무원들의 이벤트 방송도 선보인다. 고급스러운 원목의 스낵바에서는 열차 내 먹을거리와 지역 특산품까지 즐길 수 있다. 단체여행에 안성맞춤인 42석의 일반석으로 구성된 4호칸은 생생한 바다의 모습이 재현된 포토존으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인테리어 역시 화려해졌다. 잠수함과 역동적인 돌고래가 표현된 외관과 고급스러운 요트와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꾸민 내부 모습은 바다여행의 멋을 살리기에 충분하다. 열차 내 즐길 거리 역시 다채롭다. 와인, 초콜릿, 포토서비스가 함께하는 프러포즈실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연을 받아 기념품과 함께 우편물을 발송해주는 서비스는 아날로그 감성을 되살려주고, 승무원들이 DJ가 된 열차 내 방송은 흥겨운 분위기를 돋운다. 이중 백미는 통창을 마주 보고 가득 펼쳐지는 동해를 정면으로 품을 수 있다는 것.

강원 동해 추암해변의 ‘촛대바위’. 동해와 촛대바위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바로 그 유명한 애국가의 일출 장면이다. 촛대바위 주변으로는 바다에서 우뚝 솟아 오른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연출해낸다.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답답했던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정동진·촛대바위 등 지나는 역마다 ‘명소’

바다열차가 처음으로 정차한 역은 해돋이로 유명한 ‘정동진역’.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이 역은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졌다. ‘모래시계 소나무’로 이름을 바꾼 ‘고현정 소나무’와 정동진 시비, 정동진 표지석 등이 아담한 역사 분위기와 어우러져 드라마의 감동을 재현한다.

정동진에서 몇쌍의 연인을 내려놓은 열차는 ‘망상역’을 향해 다시 기적을 울린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바다열차에 은은한 음악이 흐른다. 문자 메시지로 승객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접수한 DJ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옛날 음악다방 분위기를 만든다. 그 사이 열차는 명사십리로 유명한 망상해수욕장을 통과한다. 차창 밖으로 울창한 송림이 휙휙 지나가더니 망상해수욕장의 캐빈하우스와 캠핑카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색적인 풍경을 그린다.

다음에 정차한 곳은 추억의 간이역인 ‘추암역’. 역사 대신 승강장과 선로 하나가 단출한 간이역에 내리면 울긋불긋한 원색의 지붕이 인상적인 바닷가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오리와 오징어를 말리는 골목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면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했던 촛대바위가 아찔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추암역에서 터널 하나를 지나면 붉은 카펫을 연상시키는 승강장이 이채로운 ‘삼척해변역’이다. 간이역인 이 역의 이름은 본래 후진역이었으나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 삼척해변역으로 바뀌었다. 삼척해변역에서 바다와 이별한 열차는 오십천철교를 건너 종착역인 삼척역 플랫폼에서 거친 호흡을 고른다.

삼척에 도착했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시티투어를 해 보는 것도 좋다. 삼척시는 관광객들을 위해 시티투어버스를 매주 주말(토~일) 운행하고 있다. 주말 승객은 첫 기차를 타고 죽서루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탈 수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죽서루에서 출발한 버스는 이사부사자공원과 새천년해안도로를 거쳐 오전 11시 50분에 삼척역에 도착한다. 이어 삼척항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척주동해비를 둘러본다. 토요일 오후에는 해양레일바이크를 탈수도 있고, 일요일에는 시간이 빚은 작품으로 불리는 대금굴을 둘러볼 수 있다. 죽서루로 되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5시다. 요금은 대인 6000원, 초중고생은 3000원, 7세 미만은 무료다. 단, 관광지 입장료와 중식비는 개인이 별도로 부담해야한다. 월~금(033-570-3546), 주말 및 공휴일(033-570-3651,033-575-1050)

바다열차는 강릉역에서 오전 10시 34분, 오후 2시 10분, 삼척역에서는 오후 12시 18분, 오후 3시 48분에 출발한다. 주말에는 강릉역에서 오전 7시 10분, 삼척역에서는 오전 8시 45분에 한 차례 더 운행한다. 요금은 특실 1만 5000원, 일반실 1만원, 프로포즈룸 5만원. 033-573-5474.

정동진역의 새로운 랜드마크 ‘레일핸드바이크’. 코레일 직원들이 개장 전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발로 페달을 밟아 운행하는 일반적인 레일바이크와 달리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기모터가 장착돼 있어 노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정동진의 새로운 랜드마크 ‘레일핸드바이크’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에 체험관광시설인 레일핸드바이크가 들어선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시설공사에 44억여원이 들었다. 지금은 마무리 공사를 마치고 시험운행 중. 모래시계공원∼등명해변 인근의 옛 군부대 막사 부지까지 왕복 5.2㎞ 구간에 설치됐다. 국내 최초로 해변과 맞닿아 있는 레일핸드바이크다. 동해의 아름다운 해변과 푸른 하늘 아래 천천히 페달을 밟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곳이다. 특히 궂은 날씨에는 파도가 넘쳐 철로까지 들이친다고 하니 해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은 덤이다.

레일핸드바이크는 2인승(커플용)과 4인승(가족용) 두 종류가 있다. 4인승 30대, 2인승 20대 등 모두 50대다. 발로 페달을 밟아 운행하는 일반적인 레일바이크와 달리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전기모터가 장착돼 있어 노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레일핸드바이크 운행 구간은 정동진역 승강장(레일바이크 맞이방)에서 출발해 모래시계공원 승강장∼무료주차장∼정동진역&매표소∼유료주차장∼반환점(회차)을 한 바퀴 돌아 정동진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코레일 측은 “정동진 레일핸드바이크가 운행되면 관광객 수가 현재 연간 150만명에서 200만명이 증가한 350만명까지 늘어나고 146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동진이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는 셈이다. 요금은 2인승 일반 2만원, 단체 1만 8000원. 4인승 일반 3만원, 단체 2만 7000원. 하절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강릉 성산면의 ‘옛 카네이션’의 대구머리찜.
◇여행메모

바다열차 노선도
△가는길=청량리역에서 하루 5차례 운행하는 강릉행 열차가 있다. 정동진까지만 5시간 넘게 걸린다. 일출을 보려면 오후 11시 25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 한다. 강릉에 도착했다면 강릉-삼척구간을 왕복하는 바다열차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먹을곳=강릉 성산면의 ‘옛 카네이션’(033-641-9700)은 대구머리찜 전문점이다.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사천항에는 물회 전문 횟집이 몰려 있다. 물회는 오징어와 가자미를 주로 사용하고 전북이나 해삼을 추가하기도 한다. ‘황토전복물회’(033-641-8210)와 ‘장안횟집’(033-644-1136) 등도 널리 알려진 맛집. 초당할머니순두부(033-652-2058)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났다. 순두부 7000원. 경포호에서 멀지 않다. 고추장을 풀어 만드는 장칼국수가 유명한 교2동의 원조형제칼국수(033-647-1358)도 있다. 5000원.

△잠잘곳=정동진에는 ‘썬크루즈리조트’(033-640-7000) 등 호텔과 모텔이 즐비하다. 썬크루즈리조트는 정동진에서 삼척 방향으로 헌화로 입구 산꼭대기에 위치해있다. 탁 트인 동해바다의 조망이 압권이다. 다만 특급호텔 부럽지 않게 비싼 편이니 알고 가는 것이 좋다.

강원 동해의 추암해변. 추암해변은 일출명소로도 알려져 있으나, 애국가의 배경으로 나온 ‘촛대바위’와 기암괴석으로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게소에서 바라본 바다열차의 모습. 늦은 오후임에도 짙게 내린 안개 탓에 마치 구름 속을 헤치며 달려나가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강원도 강릉의 썬크루즈리조트 옥상에서 바라본 정동진역과 해변의 모습. 이른 아침 짙게 내려 앉은 안개 사이로 무궁화호 열차가 해무를 헤치며 달리고 있다. 넓은 백사장으로 파도가 포말을 그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정동진역의 새로운 랜드마크 ‘레일핸드바이크’. 코레일 직원들이 개장 전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발로 페달을 밟아 운행하는 일반적인 레일바이크와 달리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기모터가 장착돼 있어 노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강원 동해의 추암해변의 기암괴석. 바다열차를 타고 추암역에 내려 5분 정도 걸어가면 동해의 대표적인 명소인 추암해변과 촛대바위를 만날수 있다. 촛대바위 주변으로는 바다에서 우뚝 솟아 오른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연출해낸다.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답답했던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바다열차를 타고 동해와 드넓게 펼쳐진 해변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여행객들. 여행객들은 통창을 마주 보고 가득 펼쳐지는 동해를 정면으로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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