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 1주년을 맞아 ‘건설·부동산 리더 25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의 응답자는 분양 방식 및 청약제도의 빠른 변화를 전망했다. 선분양 방식이 후분양 방식으로 점차 바뀌면서 청약 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1~3순위가 주어지는 청약제도도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선분양→후분양 전환’ 속도 낸다
선분양 방식은 건설업체가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을 대량 공급하고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목돈을 일시에 마련하기 어려운 수요자 입장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제도였다. 하지만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대량 공급 필요성이 줄자 분양방식도 점차 후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70% 이상이 10년 후인 2023년께는 후분양 비중이 절반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약 48%가 10년 후에는 ‘선분양·후분양 비율이 반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예 후분양이 일반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24%나 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선분양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28%에 달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향후 주택시장은 대량 공급 사업지가 크게 감소하고 다양한 방식의 개발이 가능한 만큼 선분양 제도는 서민을 위한 공공분양에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수요자들도 후분양을 통해 본인이 거주할 주택을 고르는 제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실물자산연구팀장도 “기본적으로는 후분양 형태로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현재의 모든 제도가 선분양에 맞춰져 있어 시장 관행 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제도는 공공주택에만 국한될 것”
분양방식에서 후분양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맞물려 현재의 청약방식 비중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응답자의 72%는 청약가점제를 포함한 청약제도에 대해 ‘공공주택에만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약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반응도 28%에 달했다. 반면 ‘청약가점제를 중대형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없었다.
청약가점제는 1970년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제도다.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과 2009년 만들어진 주택청약종합저축까지 4개의 통장이 있다. 8월 말 현재 가입자는 1605만명에 이른다. 2009년 청약가점제를 만들어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이 쉽도록 제도를 강화했지만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자 지난 4·1 부동산 대책에서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가점제를 폐지했다. 전용 85㎡ 이하 주택도 가점 적용비율을 75%에서 40%로 완화, 유주택자에게 청약 1순위 가점제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현재의 1~3순위 형태로 진행되는 청약제도가 공공주택에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주택 공급 부족 시대에 어쩔 수 없이 도입했던 ‘줄 세우기’ 방식이 바로 청약통장을 비롯한 청약제도”라며 “앞으로 집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민간 부문부터 점차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같은 반응이다. 백종탁 삼성물산 상무는 “현재의 청약 방식 자체가 없어지고 새롭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SOC주택실장도 “현재의 청약제도 근간은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황에선 민간 주택까지 적용할 명분이 없다”며 “자유로운 주택의 구매 및 유통체제로 제도가 시급히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창간 기획]전문가 25인이 말하는 '10년 뒤 주택시장'
☞ [창간 기획]10년뒤 '대안형 아파트·기업형 임대' 유망
☞ [창간기획]"월세·반전세 혼재…전세는 자산형성수단"
☞ [창간기획]틀에 박힌 아파트 가라…땅콩주택·타운하우스에 살어리랏다
☞ [창간 기획] ‘사는(buy) 것’에서 ‘사는(live) 곳’으로…집의 변신
☞ [창간 기획]올해 주목할 서울·수도권 블루칩 분양시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