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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방역업을 시작한 뒤로 삶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 아닌 현재멈춤형이었다. …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연장을 잡았다. … 그녀는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작가 구병모(37)가 새 장편 ‘파과’(자음과모음)를 들고 돌아왔다. 작가는 4년 전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청소년문학만 할 거란 편견은 일찌감치 깼다. 첫 장편 ‘아가미’와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을 연달아 발표하고, 다시 방향을 돌려 청소년소설 ‘방주로 오세요’ ‘피그말라온 아이들’을 내놓으며 성인과 청소년의 경계를 그 손끝에서 무너뜨렸다.
일상적 무감각에 치명적 독성을 주입한다는 평가도 이어갔다. 독특한 상상력을 극대화하던 그가 이번에도 평범치 않은 주인공을 탄생시킨다. 그냥 여느 여인처럼 보이는 60대 노부인에게 ‘방역’이라 부르는 청부살인을 직업으로 씌웠다. 게다가 노부인은 어느 날 ‘타인’이란 존재에 눈을 뜨고 슬픔과 공허, 애정 등의 낯선 감정에 맞닥뜨린다.
살인기계에게 부여한 인간성과 보편성의 변화가 자못 설득력 있다. 킬러 스릴러물일 거란 선입견까지 “번지수가 달라 미안하다”며 남김없이 깨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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