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극단적인 대치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어제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천막을 설치하고 현역의원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의원총회를 여는 등 장외투쟁에 돌입했고 새누리당도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논란의 핵심은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청문회 강제출석 여부다. 새누리당은 증인의 강제 출석요구는 초법적 행위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두 증인이 출석 안 하는 청문회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5일이 시한인 국정원 국정조사는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국정원 기관보고(5일), 청문회(7~8일) 등 향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소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야는 정국 파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강경파에 끌려다니며 국정조사를 스스로 파탄내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처음부터 국정조사를 할 마음이 없었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에서 자신들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선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국정원 국정조사,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에서 전략적으로 미숙하게 대응한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여론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먼저 대화 테이블을 걷어차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자초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국회 내에서 해결하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고 김을 빼려는 행보로 일관하는 듯한 이미지로 비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만에 하나 원세훈 김용판 두 핵심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의혹을 축소·은폐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여야 지도부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게 다행스럽다. 양당 대표는 당장 만나서 협상에 나서야 한다. 국정조사가 아무 성과없이 막을 내려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