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축제날이 돌아왔다. 오는 6일 화려한 불꽃이 여의도 밤하늘을 수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 축제 현장에서는 김 회장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김 회장이 법정구속됐기 때문. 그는 현재 0.8평의 좁디좁은 감옥에 수감돼 있다. 매년 맞이하는 기분 좋은 축제이지만 한화그룹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룹의 대표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불꽃축제는 천만 서울시민들의 행사”라며 “공익적 차원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불꽃축제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였다. 축제 아이디어는 김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김 회장은 ’기업이 사회를 밝히는 불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김 회장의 의지로 시작한 행사인 만큼 오너없이 축제를 벌어야 하는 한화그룹은 매우 착잡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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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관계자는 “연초부터 60주년 기념일을 준비하려 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라 행사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며 “직원들의 휴무 여부조차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축 가라앉아 있는 그룹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기념 행사 대신 10월 한달간 계열사들이 대규모 릴레이 사회봉사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088350)도 창립 기념일을 맞아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침울하다. 당초 대한생명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취소했다.
실제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법정구속된 후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서 각 계열사별로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는 분위기다.
그룹 안팎에서는 향후 이라크 사업 추가 수주,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건 등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일부 임직원들은 추석 연휴와 개천절(10월3일) 사이에 낀 이른바 ’샌드위치 데이‘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현재 김 회장은 법무팀과 가족을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와도 일절 면회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폭행 혐의로 수감되면서 공황 장애를 겪었던 적이 있었던 만큼 직원들의 우려는 더욱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화그룹은 항소심을 통해 법적 쟁점이 있는 사항을 적극 소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초 항소심 첫 재판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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