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형 부장] 바야흐로 동북아시아 新냉전 시대다. 한국, 중국, 일본이 벌이고 있는 ‘삼국지’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부글거리고 있던 영토 분쟁과 과거사 논란 등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불거지는 양상이다. 대통령 선거도, 경제민주화도, 민생도 이 뜨거운 냉전에 밀려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 이후 일본은 연일 총공세로 나오고 있다. 주일대사관 앞에서는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지난 17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유감 서한을 보냈다.
일본 여론도 심상치 않다. 지난 15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 신문의 독자 6958명 중 90%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용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더욱이 33.1%는 관세 등 경제적 조치를 부르짖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일석이조’ 식으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일본 총리 입장에서는 내부 결속용으로 이만한 호재가 없다. 또 그동안 잠잠해 있던 독도 문제를 분쟁 지역화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이슈화하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키로 했다.
우리와 중국과의 관계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영환씨 고문 사건으로 불거진 앙금이 제대로 가시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입김이 한층 더 거세진 것 역시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동북아 그 어느 지역도 편안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청와대와 우리 정부가 이를 감안한 외교 전략을 세웠으리라 믿는다. 예측 가능한 여러개의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책을 마련했으리라 믿는다. 즉흥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주먹구구식 외교 전술로는 절대로 삼국지의 승자가 될 수 없다.
그 외교 전략 가운데 가장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리 추구’다. 그리고 그 실리 외교의 출발점은 대북 관계 개선에 있다.
이 정부 들어 지향했던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전략이 현 시점에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곰곰이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북한 경제의 중국 종속화는 급속도로 진행됐고, 우리는 제2의 연평도 사태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과거사에서 보듯 북한은 압박만 한다고 해서 순순히 백기를 들고 나올 정치 집단이 아니다. 외교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동북아 외교의 실타래가 대북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미·일 관계처럼 한국과 북한, 중국의 삼각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경제 의존도는 미국의 그것보다 크다. 날로 강화되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에 우리도 참여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급격히 G2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군사력에 버금가는 경제력 때문이었다. 우리 역시 언제나 경제부터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외교적 이벤트보다는 지혜로운 안목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