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측 해롤드 맥켈리니 변호사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증언에 나선 쉴러 부대표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은 내 일생에 가장 열심히 만든 ‘아이폰’을 아주 많이 모방했다”며 “처음에 ‘갤럭시S’를 봤을 때 ‘아이폰’과 너무 비슷하게 닮아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의 디자인을 훔치는 것은 우리가 창조한 모든 가치를 훔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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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러 부대표는 “애초 우리는 다른 회사들이 만드는 휴대폰이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서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는 점을 깨달았고, 이에 착안해 나중에 ‘아이패드’가 된 태블릿 기기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아이폰’도 개발해냈다”며 “특히 태블릿 개발은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라 큰 도박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애플이 리스크를 진 반면 삼성은 모방을 통해 여기에 무임승차했다는 얘기였다.
이같은 쉴러 부대표의 공세에 삼성전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쉴러 부대표에 대한 반대심문에 나선 삼성측 윌리엄 프라이스 변호사는 지난 2010년 4월26일 스티브 싱클레어라는 애플 직원이 쉴러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며 “여기서 싱클레어는 ‘우리가 최초로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스마트폰을 만들었지만, 이는 최초로 이런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싱클레어는 이메일에서 “‘아이폰’ 출시 전에 이미 LG전자가 ‘프라다폰’에서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를 상용화했고, 팜(Palm)사도 ‘트레오폰’에 1만개 이상의 앱을 공급하고 있다”며 애플의 독창성을 부정하는 듯한 표현들을 내놓았다. 다만 이 대목에서 고 판사는 “‘프라다폰’은 애플의 디자인 능력이나 특허를 모두 무효화할 수 있는 선행기술을 담고 있진 않다”고 부연했다.
프라이스 변호사는 아울러 애플측이 ‘아이폰’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삼성의 ‘컨티늄’, ‘인퓨즈4G’, ‘드로이드 차지’ 등을 ‘아이폰’과 하나씩 비교하며 “삼성 제품은 전면부에 4개의 메인 키가 있고 회사 로고도 부착되는 등 ‘아이폰’과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교체 가능한 배터리와 어도비 플래시 지원, 더 큰 디스플레이 등을 차별화된 삼성의 특징으로 규정했다.
또 ‘아이폰’과 ‘갤럭시S’가 닮았다고 답한 애플의 고객 서베이 결과에 대해서는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폰’ 사용자들의 얘기일 뿐”이라며 “애플은 삼성 제품을 가진 유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자료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애플 서베이를 보면 ‘아이폰’ 고객중 78%가 다른 회사가 만든 휴대폰 케이스를 구매했는데, 이런 케이스들은 대부분 애플의 고유한 디자인을 덮어 버린다”며 케이스가 이런 착각을 유발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심리에서는 삼성측에서 애플이 비공개로 하고 있는 제품별 판매 실적과 마케팅 비용 등을 공개하면서 한바탕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애플은 “이 자료는 대단한 보안사항이며 애플에 해가 된다”며 휴정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막으려 했지만, 고 판사는 내용 공개를 허락했다.
삼성 변호인단이 공개한 애플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은 올 6월까지 총 7200만대가 팔렸고 애플이 쓴 마케팅 비용은 6억4700만달러였다. ‘아이패드’의 경우 2800만대가 팔렸고 마케팅비는 4억5720만달러였다.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던 지난 2008회계연도에 마케팅 비용으로 9750만달러를 지출했고, 2009년과 2010회계연도에는 각각 1억4960만달러, 1억7330만달러로 비용을 늘렸다. 다만 이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윈도폰 마케팅에 쓴 4억달러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 2010회계연도에 ‘아이패드’ 마케팅 비용으로 1억4950만달러를 썼고, 2011회계연도에는 3억770만달러를 지출했다.